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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엔 혹성, 지금은 행성…과학 어휘의 탄생 과정 탐구

입력 : 2025-02-22 06:00:00 수정 : 2025-02-20 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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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의 탄생/ 김성근/ 동아시아/ 2만2000원

 

우리 일상에서 ‘과학’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준과 가치가 됐다. 언제부터 우리는 과학이라는 단어에 과학적인 성격을 부여했을까. 조선 시대에 과학이라는 단어는 과거 시험을 위한 학문, 즉 ‘과거지학(科擧之學)’의 줄임말로 쓰였다. 우리나라의 과학이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 시초는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서구권의 과학(Science)을 번역한 어휘가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이다. 격치, 이학, 지식, 박학, 학술 등 다양한 단어가 과학의 번역어 자리를 두고 경쟁하다가 지금처럼 정착한 결과다.

과학 용어가 번역되고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진다. 각 용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저마다 이유가 있다. 저자는 과학 용어들이 이러한 경쟁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한 과정을 탐구한다. 오늘날 과학을 대표하는 17개 어휘가 책 속에 담겼다.

김성근/ 동아시아/ 2만2000원

예를 들어 영어 ‘Planet’은 그리스어로 방랑자를 뜻하는 ‘Planetes’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한 위치에 고정돼 있지 않고 다른 별들 사이를 오가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한자적 의미로 ‘가는 별’을 뜻하는 ‘행성(行星)’을 번역어로 쓰지만, 일본은 ‘혹성(惑星)’을 주로 사용한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혹(惑)은 ‘방황하다’, ‘길을 헤매다’ 등의 의미가 있다. 어원을 따지면 ‘Planet’과 통하는 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한말에는 혹성, 유성 등의 단어가 혼용적으로 쓰였다. 점차 행성이 보편적으로 쓰이며 다른 어휘를 밀어낸 것이다.

과학사 전공자인 저자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주된 과학 어휘들의 기원을 탐구한다. 그 어휘가 우리의 사고 체계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척한다. 과학이 무엇인지,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과학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과학의 본질 대신 ‘과학이라고 정의한 것’의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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