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온다 리쿠 /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1만9800원
천부적 재능과 영감을 지닌 발레리노·안무가 성장기를 통해 무용의 본질과 그 정수를 체험하게 하는 일본 소설가 온다 리쿠의 신작이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무대로 영재 피아니스트 내면과 그들만이 접할 수 있는 예술 세계를 정밀하게 그려내며 일본 주요 문학상을 휩쓴 ‘꿀벌과 천둥(2017)’의 후속작이다.
데뷔 30주년을 맞는 저자 온다 리쿠는 이번 작품 구상과 집필에 10년 걸렸다고 한다. ‘꿀벌과 천둥’을 뛰어넘은, 소설의 한계를 초월한 ‘마스터피스(걸작)’라는 게 출판사 설명인데 읽어보면 그럴 만하다.

“보는 것은 무용수의 습성이자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 구석구석 응시해온 거울 속 자신의 모습. 선생님의 손끝, 발끝, 표정. 안무가의 포즈, 그리고 다른 무용수. 본다 바라본다. 꿰뚫어 본다. 살펴본다.”
짧은 몇 문장에서도 작가가 통찰한 무용수 본성이 실감나게 전해진다. ‘꿀벌과 천둥’을 쓸 때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네 번이나 관람했을 정도로 취재가 철저한 작가 특유의 현장감과 생동감은 영상매체를 압도할 수 있는 활자의 힘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춤을 통해 ‘이 세상의 형태’를 찾고자 하는 요로즈 하루. 세상을 그저 가만히 관찰하며 일상을 보내던 어린 소년은 어머니와 체조 클럽을 견학하던 중 체조 선수 움직임을 지켜보며 자신의 몸속에서 ‘딸각’ 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듣는다. 이어 그 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길거리에서 혼자 점프를 하고 턴을 하던 중 우연히 발레 학원 선생님인 쓰카사의 눈에 띈다. 이를 계기로 발레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여덟 살에 발레를 만난 주인공은 열다섯 살에 바다를 건너 유학 생활을 거치며 본격적인 무용수 겸 안무가로 거듭난다. 발레 학교를 함께한 무용수 후카쓰 준, 교양을 담당한 미노루 삼촌, 음악적 ‘뮤즈’이자 동료인 작곡가 다키자와 나나세 시점에서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선 주인공이 직접 화자로 등장하며 극적 반전과 함께 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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