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7년 ‘라이온킹’ 이승엽(現 두산 감독)은 시즌 전부터 그해가 자신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 공언했다. 야구의 상징은 홈런,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을 비롯해 KBO리그 467홈런, 일본 프로야구 159홈런까지 한일 통산 626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2017년 8월 중순부터 각 구장을 돌며 은퇴투어를 했다. KBO리그는 물론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초의 공식 은퇴투어였다. 그 바통은 2022년, 롯데의 상징이자 ‘조선의 4번타자’라는 애칭을 보유한 이대호가 이었다.
은퇴투어는 야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배구에서도 역사상 첫 은퇴투어가 시작된다. 그 주인공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한국은 물론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한 김연경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지난 13일 GS칼텍스전을 마치고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잘 마무리하겠다”라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17일 열린 단장 간담회에서 김연경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은퇴 기념 행사를 개최하기로 구단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16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진행된 행사와 마찬가지로 각 구단의 홈 경기 시 김연경에게 구단 기념품을 전달한 후 단체 사진 촬영 및 김연경의 친필 사인볼(경기구)과 유니폼을 추첨을 통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김연경은 데뷔부터 남달랐다. 2005~2006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서로 꼴찌 경쟁을 펼칠 정도로 그의 재능은 압도적이었다. 결국 흥국생명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고, 김연경은 데뷔와 동시에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2005~2006시즌 신인선수상과 정규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진기록을 남긴 그는 V리그 역대 최다인 6번의 정규리그 MVP, 13번의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연경은 V리그를 누빈 지난 7시즌(05~06시즌~08~09시즌, 20~21시즌, 22~23시즌~23~24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는데, 이는 V리그 5시즌 이상을 소화한 선수 가운데 유일한 기록이다. 만약 승점 70으로 1위에 올라 있는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면 이 기록이 이어질 수 있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일구는데 앞장선 김연경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튀르키예, 중국 해외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수많은 우승과 MVP를 휩쓰는 등 세계적인 선수의 위엄을 떨쳤다.
프로 20년차의 마침표를 찍는 김연경은 IBK기업은행전에 이어 오는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건설과 원정경기에서 두 번째 은퇴 투어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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