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하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의 원·달러환율이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와 달러가 갭이 벌어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는 통념을 깨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환율 안정은 한미 경제성장률 격차 축소가 해법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2022년 1월~2025년 1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이 17.9%에 달해 15개 주요 선진국 통화 중 일본 엔화(26.8%), 노르웨이 크로네화(22.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고 전했다.
이어 균형 환율 추정을 통해 원화 가치가 약 6%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균형 환율은 현재 경제 수준에서의 적정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지난해 12월 월평균 원·달러환율은 1437원으로, 균형환율 추정치인 1351원보다 6%가량 높았다는 게 연구원 계산이다.
연구원은 “실제 원·달러환율이 균형 환율보다 높은 수준에 있어 환율이 향후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관세전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년간 균형 환율이 지속해서 상승한 점도 장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그럴 경우 1400원대 환율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최근 원화 약세 요인으로는 미국 관세 인상과 감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감속 우려,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차이를 거론했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역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미국보다 한국 성장률이 3년 연속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환율 결정의 핵심 요인인 양국 간 펀더멘털 격차가 원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 인하를 통해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성장률을 높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향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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