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온 교사에 “다른 학생 잘 부탁”
11일 오후 김하늘(8)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눈물을 참느라 벌게진 눈의 하늘이 아버지 김모(37)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 김씨는 “항상 하늘이에게 불러도 따라가도 되는 건 부모와 학교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하늘이는 일면식도 없는 교사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그저 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따라갔을 텐데 왜 하늘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했냐”고 가슴을 쳤다.
첫째 딸인 하늘이는 아빠에게 애교가 많은 딸이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인사를 하려 오전 6시40분이면 눈을 떴다. 김씨는 “일찍 일하러 나가는 아빠한테 잘 다녀오라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아이였다”며 “어제 오전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나눴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울먹였다. 사건 전날인 9일은 하늘이 동생의 생일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둘째아이 생일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조문 온 학교 교사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김씨는 “학교에서 애가 죽는데, 어떻게 학교를 보내느냐”면서도 “다른 학생들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빈소를 찾은 하늘이 친구들에게도 “하늘이에게 안녕해 줘. 하늘이는 하늘에서 잘 있을 거야”라고 토닥였다.
하늘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초등학교를 찾은 시민 김미려(45)씨는 “인근 초교에 자녀가 다니는데 사건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이뤘다”며 “아이의 명복을 빌어주려 왔다”고 했다. 교문 옆 담장엔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편지, 인형,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꽃과 인형 사이에 놓여진 메모지엔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고 적혔다. 학부모 천성환(50)씨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사가 제자를 죽였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당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 공간이 학교 아니냐”며 “이제는 어떻게 믿고 애들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오재승씨는 “이번 사건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가 메마른 공간이 됐다”며 “작은 징후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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