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한강·문형배·유재석·아이유 등 포함
민주노총 ‘내란듀스101’ 최악의 내란범 투표
윤 대통령·김건희·한덕수·김용현 등 후보 뽑혀
전문가 “상대 극으로 몰아 또 다른 폭력 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최악의 내란범‘을 뽑는 투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한쪽에선 ‘빨갱이 명단’이 온라인상에 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국민 분열이 점점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개인을 낙인 찍고 비난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 작가님 덕분에 꼴찌는 면했습니다”라며 한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대역죄인(친중·종북 공산당 빨갱이 명단)’이라는 제목 밑에 총 107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명단 작성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명단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등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 중 진보성향의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과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정미 재판관이 명단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 수사를 관장한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적혀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은 일부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 관련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방송인 김어준씨, 손석희 전 JTBC 사장과 가수 아이유·이승환·뉴진스·이채연·스테이씨·엔믹스, 방송인 유재석, 영화감독 봉준호·황동혁, 배우 최민식·박보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찬성 목소리를 내거나, 탄핵 촉구 집회에 음식 등을 선결제하는 방식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인물들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6일 홈페이지에 ‘최악의 내란범을 뽑아라! 당신의 수괴에게 투표하세요! <내란듀스 101>’ 게시물을 올렸다.
101명의 후보를 보면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의 변호인 석동현·윤갑근·김홍일 변호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함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무위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다수의 여당 의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름을 올렸다. 윤 대통령 무속 논란의 중심에 섰던 천공과 건진법사, 명태균씨도 후보로 뽑혔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보수성향 언론인과 유튜버 등도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내란범들의 망언과 폭도들의 폭동에 이제는 누가 누군지도 모를 지경”이라며 “저 내란범들의 만행을 잠시라도 잊어주거나, 혹은 약간이라도 외면하면 저 내란범들은 언제고 또 이런 망동을 벌일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101명의 후보 중 14일까지 30명, 21일까지 10명, 28일까지 5명을 추려 3·1절에 ‘내란 수괴 을사오적’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 극단의 이 같은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개인으로 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서로 상대를 끝으로 몰아붙이면서 극우, 빨갱이로 치부하며 마녀사냥식의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점점 갈등이 심화하며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감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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