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땐
원·달러 환율 1500원대까지 상승
경제 성장률 하방 압력으로 작용
韓銀, 비상계엄 여파 0.2%P↓ 판단
美·中 갈등 심화 땐 0.2%P 추가 ↓
25일 성장률 1.5% 이하 발표 관측
일각선 “조기 수습 땐 하반기 반등”
비상계엄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상승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3%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라는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2% 안팎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수직 낙하하고 있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에서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는 환율이 약 5.7% 상승 압력을 받아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경제기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 2%초반에서 1%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2024년 11월 전망)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전망치를 더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지난달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의 경기 하방 효과를 0.2%포인트 정도로 판단하고,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리스크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수준 정도만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은 글로벌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성장 전망 경로상의 리스크를 ‘시나리오2’로 소개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의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 25%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각국은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시나리오2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한은이 오는 25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5%나 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중반으로 내렸다. 씨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5%에서 1.4%로 낮췄고, JP모건도 1.3%에서 1.2%로 내렸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1%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되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GI도 이 시나리오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경제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되더라도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석유화학·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의 상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율 불안이 실물·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등 정책 패키지 시행,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법안의 조속한 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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