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연금 확보 움직임…수요 증가할 전망
70대 김모 씨는 서울에 30년 넘게 살아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집값이 크게 올라 노후 자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가을 이후 집값이 주춤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김 씨는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할 방법을 찾던 중 주택연금 가입을 결심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집을 팔고 이사 가는 건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리기에는 노후 생활이 걱정됐다”며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집에 계속 살면서도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게 치솟았던 집값이 가을부터 주춤해지면서 주택연금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집값이 더 하락하기 전에 주택을 담보로 설정해 안정적인 연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경기 침체와 맞물려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양상이다.
2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하향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택연금 가입이 다시 증가했다. 9월 800건대였던 신규 가입 건수는 매월 큰 폭으로 늘어나 12월에는 1500건을 넘어섰다. 기존 주택연금을 중도 해지하는 건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주택연금은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설정한 채 거주하면서 종신으로 매달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최근 주택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가격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지난해 가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 중 독신 여성 비율이 독신 남성의 5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주택연금 가입자 중 독신 여성 비율은 38.0%로, 독신 남성(8.1%)의 4.7배 수준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가입 1만3163건 중 독신 여성은 5002건, 독신 남성은 1064건을 차지했으며, 부부 가입은 7097건(53.9%)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입자 중 부부 비율은 점차 줄고 독신 남녀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독신 여성의 가입률이 독신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연금이 도입된 2007년에는 부부 가입 비율이 61.9%였고, 독신 여성은 29.1%, 독신 남성은 8.9%였다. 2017년 이후 부부 비율이 60% 아래로 내려온 반면, 독신 여성 비율은 30% 중반대로 상승했다.
독신 여성의 가입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 불황으로 생활비 마련이 어려운 상황도 주택연금 가입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 침체로 소득 활동이 어려운 중장년층이 주택연금을 활용해 생활자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불안 요소까지 더해진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주택 매도보다는 주택연금을 선택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연금이 노후 자금 마련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가입 전 충분한 상담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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