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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없는 울산시의회의 ‘자가당착’ [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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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4 18:47:14 수정 : 2025-01-14 18: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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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다툼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의회 의장이 공석인 울산시의회가 이번엔 수천만원을 들여 대나무 홍보 캐릭터를 만들어 논란이다. ‘바르미’는 ‘대나무 같이 곧은 의정활동을 해나간다’는 시의회 의지를 담은 캐릭터다.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 대나무를 모티프로 만들었다고 한다. 캐릭터 제작에는 2700만원이 들었다.

캐릭터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캐릭터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의회까지 수천만원을 들여 캐릭터를 만들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시·도의회에서 만든 캐릭터가 실제 사용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비판의 이유 중 하나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울산시의회는 의원들 간 낯뜨거운 의장 감투 쓰기 다툼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으로 의장 선출을 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울산시의회 의장 다툼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힘 20명,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꾸려진 울산시의회는 후반기가 시작된 2024년 6월25일 후반기 의장 선거를 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이 후보로 나섰고, 거듭 동수 득표를 하며 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이중기표 용지가 발견됐다. 안 의원 측은 이 문제를 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거 자체가 무효화됐다. 의회 개원 후 한 달 넘도록 본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고, 임시회 일정도 수시로 미뤄졌다.

문제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초 재선거를 열기로 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또 다른 후보가 등장하고 막판에 후보자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법적 분쟁 결론은 다음 달 13일 나온다. 하지만 법원이 선거결과의 유·무효만 판단하고, 누가 의장인지는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장 공석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현직 시의원이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적 셈법 때문에 의장이 계속해서 선출되지 않으면서 울산시의회는 시민들 신뢰를 잃었다. 의장을 뽑지도 못해 내부 갈등과 무능함을 드러낸 시의회가 ‘대나무 같이 곧은 의정활동’을 내세우는 캐릭터를 홍보하는 것은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시민들에게 오히려 신뢰를 잃게 하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지금은 의회를 바로잡는 게 먼저다. 캐릭터 만들기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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