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中의 한국인 비자면제 속내는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4-11-29 00:22:03 수정 : 2024-11-29 00:22: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23년부터 38개국 일방적 면제 中
내수부진 따른 경기침체에
관광시장 개방해 돌파구 삼으려
관광객 반간첩법 각별히 주의를

최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유화적 접근을 둘러싸고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한·중 관계는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에 따른 후유증에 계속 시달려왔다. 특히 중국은 부인하지만, 한국산 제품과 한류 문화를 배격하는 한한령(限韓令)의 존재 및 이에 따른 국민감정의 악화, 그리고 한국의 대미 경사 및 북핵에 의한 한·미·일 3각 공조가 중국 견제라는 중국의 우려가 양국 관계 개선의 결정적 걸림돌이 됐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양국은 2022년 11월, 발리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올 5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해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 또 중국은 11월 1일 일방적으로 내년 말까지 한국인의 중국 여행과 방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면제 기간도 당초 15일에서 30일로 늘어났다. 또 공석인 주한 중국대사에 과거보다 격이 높은 유엔 대표부 다이빙(戴兵) 부대표를 내정했고, 11월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

중국의 이들 조치는 자국의 필요 때문이다. 비자 면제 조치는 외부에 대한 본격적인 관광시장 개방과 교류 활성화를 통해 내수 부진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이미 중국은 작년 말부터 시작해 이미 38개 국가에 대한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하는 중이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과 북러 밀착에 따른 중국의 영향력 감소 우려를 핵심 주변국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견제해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국에 미·중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중국의 접근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작금의 국제적 상황이 한·중 양국 관계의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는 없으므로 지나친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한·중 간 양자 교류 측면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특히 비자 면제 조치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주의가 요망된다. 일반적 상황에서는 비자 면제 조치가 자칫 중국의 반(反)간첩법 등의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유화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자 면제 범위가 비즈니스, 관광, 친척 및 친구방문, 국경 통과의 경우로 제한돼 있어, 비자 목적 이외의 활동은 중국의 반간첩법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작년 7월 1일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와 ‘국가 안전과 이익’을 새로 규정하고, 당국의 조사·처리 범위를 대폭 강화한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다. ‘간첩 행위’의 범위와 대상을 기존 간첩 행위에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추가했고, 적용 대상도 ‘국가 기밀이나 정보’에서 ‘국가 안보나 이익에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으로 확대했다. 당연히 그 적용 범위는 전적으로 중국 당국에 해석권(解釋權)이 있다. 현재 중국에 구금된 우리 교민도 중국 측이 밝히지 않는 ‘불분명’한 이유로 인신 구속 상태에 있는 것이다.

무비자 입국이 진행되면서 입국 거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과거 중국에서 결핵 확진을 받은 이력이 있는 우리 국민이 완치됐음을 증명하지 못해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발생했음을 밝혔다. 특히 개별 방문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입국 목적 및 입국 후, 각 방문지·방문 기관·방문 일시 등 체류 일정과 관련한 문건을 구비해야 불필요한 오해도 줄일 수 있다.

중국 방문은 당연히 중국 현행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중국이 제시한 비자 면제 범위가 아니라면 반드시 관련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자칫 무비자 범위와 비자 취득이 필요한 경우를 혼동하면 중국 당국에 의해 일순간에 간첩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설물이나 시위 현장 촬영, 예상에 없던 지인 접촉 등도 자칫 중국 당국의 ‘중국식 해석’과 ‘자의적 판단’에 따른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양국 우호 증진이나 교류 확대는 필요하지만, 중국 반간첩법의 경직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각별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
  • 뉴진스 해린 '시크한 매력'
  • 한소희 '완벽한 미모'
  • 박보영 '깜찍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