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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9, 유엔 탄소배출권 시장 지침 승인 [더 나은 경제, SDGs]

입력 : 2024-11-27 20:24:44 수정 : 2024-11-27 2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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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지난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진행됐다. 이번 회의는 첫날부터 탄소배출권 시장 지침이 승인돼 큰 화제를 모았고, 핵심 의제로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를 이루기 위한 지원금 확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덕분에 환경회의를 넘어선 경제 국제회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COP29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대표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과 양자회담을 갖는 등 다양한 논의에 참여했다. 또 민간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등에서 산업계 대표단을 파견해 탄소 감축, 탄소시장 참여 등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당사국총회(COP)는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막기 위해 1992년에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1997년 교토 의정서와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구체화됐다. 기후변화협약을 맺은 당사국들은 해마다 열리는 COP에서 협약의 이행 상황과 기타 법적 문서를 검토해 효과적인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행정적 조치 등을 결정한다.

 

COP29에서 승인된 탄소배출권 시장 지침은 파리 협정 제6.4조인 크레딧 메커니즘 (PACM)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2년간 열렸던 COP27, COP28에서 관련 내용이 진전이 없었다. 해당 조항의 감독기구(supervisory body)에서 두가지 지침을 일괄적으로 정해 채택한 뒤 당사국의 승인을 받는 과정으로 개정하는 게 골자이다. 이번 지침은 모든 당사국의 승인을 받아 교착 상태에 빠진 협의를 성공적으로 타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유엔의 지원 아래 국제 탄소시장 수립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탄소배출권은 해당 소유자에게 탄소 혹은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허가해주는 권리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표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배출권 1크레딧은 온실가스 1t과 동일시되는데, 이처럼 일정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그만큼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기업들은 정해진 개수의 배출권을 배분받는데, 시간 경과에 따라 소멸하기 때문에 타 기업에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금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국가마다 배분할 수 있는 크레딧의 개수는 유엔에서 정하며, 기업 배분은 국가 단위로 이루어진다. 배출권 없이 배출할 수 있는 최대 온실가스의 양 또한 국가 차원에서 정해진다.

 

탄소배출권 지침 내용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방법론적인 요건, 다른 하나는 제거 활동 요건이다. 방법론적 요건은 파리 협정의 크레딧 메커니즘 아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한 요구사항이며, 제거 활동 요건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요구사항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기업, 국가, 개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활용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탄소배출권 지침을 기반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 규칙이 생기고, 유엔에서 지원하는 국제 탄소시장이 확립되어 탄소배출권 거래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nternational Emissions Trading Association) 통계에 따르면 유엔 지원 탄소시장이 출범하면 전체 거래량은 2030년까지 연간 2500억달러(한화 약 351조 3750억원)를 창출하고 해마다 탄소 50억t의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1월 파리 협정이 체결된 이래 기존 기후협약 참여국은 55개국에서 195개국으로 늘었으며, 국제 탄소시장이 수립된다면 파리 협정 참여국뿐만 아니라 가입되지 않은 국가까지 시장에 참여해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탄소배출권 지침 승인을 두고 긍정적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국 간 논의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닌 탓에 의사결정을 둘러싼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비판이 따른다.

 

COP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9를 보이콧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이 향후 석유 및 가스 산업을 크게 확대할 계획인 탓에 개최국으로 결정된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이번 기후재원 초안 논의에서 목표 금액이 정해지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약소국의 의견 반영이 어려운 상황도 비판받는 점 중 하나다.

 

한국은 아시아권 최초로 탄소시장을 수립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국가배출권 거래제 시행 첫 8년 동안 미사용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4750억원(약 3억5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탄소배출권 배분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업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아닌 돈벌이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협약 이행의 선도적인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수준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워 기후변화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COP29에 참석한 SK, LG, HD한국조선해양, 발전사 등 민간 기업도 아시아의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계획을 세우고, ‘한국 산업계의 탄소 중립 대응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향후 정부는 탄소 중립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국내외 참여를 더욱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기후 대응 및 탄소 저감은 전 지구적 핵심 과제인 만큼 한국을 비롯한 모든 당사국이 COP29에서 승인된 지침을 적용해 탄소배출권 거래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기후변화협약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행해나가야 한다.

 

COP29에서 산유국을 뺀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전 세계 63위를 기록해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한국이 다음 COP30에서는 면모를 쇄신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강정민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gmail.com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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