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쉼터 마련과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 등 소외계층 도운 의사 김만달 씨 가톨릭 대상 수상
12월 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시상식
노숙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30여년간 돌보는 등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평신도협의회)와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이 수여하는 제41회 가톨릭대상(사랑·생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만달(76·세례명 골롬바노)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다.
27일 평신도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남 여수에서 내과 의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사회복지시설이 부족했던 1986년 우연히 행려 환자와 만난 것을 계기로 노숙인 시설 ‘엠마우스’를 결성하고 주택을 매입해 노숙인들의 생활 공간 토대를 마련했다. 김씨는 “빈첸시오회라는 천주교 봉사단체가 어느 날 혼자 어렵게 살고 지병이 있는 분을 모셔 왔다”며 “나중에 그분이 ‘나보다 어려운 분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과 함께 650만원 정도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를 종잣돈으로 삼아 몇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허름한 집을 구한 것이 엠마우스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따뜻한 우물’이란 뜻의 엠마우스(엠마오)는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지명으로 부활한 예수가 찾았던 마을이다.
김씨는 입소자들이 퇴소할 때까지 30여년간 돌봤고 나중에는 이 시설을 작은형제회에 기부했다. 또 지역 사회 소외 계층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무료 진료 봉사를 하고 독거노인을 위해 복지시설을 익명으로 지원했다. 10명이 넘는 무연고 선종자를 위해 장례를 치르고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온 게 인정받았다.
길거리에서 폐지, 빈 병, 깡통 등을 수집해 모은 돈으로 나눔을 실천한 고복자(91·세례명 마리아) 씨는 특별상(사랑·생명 부문)을 받게 됐다. 북한 함경남도가 고향인 고씨는 한국전쟁 당시 홀로 월남해 갖은 고생을 했다. 1985년 세례를 받은 그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여생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자식들에게 선언한 후 행동으로 옮겼다. 서울 행당동에서 고물을 주우며 ‘행당동 고물 할머니’로 불린 고씨가 1996년까지 수레를 끌고 병원, 양로원, 환경미화원 등에 기부한 돈은 3000만원에 달했다. 이후 심장질환 때문에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단 그는 1998년 다시 재활용품에 수집에 나서는 등 어렵게 1억원을 모아 2010년 경기 포천의 호스피스 병원인 모현의료센터에 전달했고, 2023년 춘천교구청에 “고향 함경남도 복음화를 위한 사제 양성에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아들 김춘석씨는 이날 통화에서 “어머니가 수상 소식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상을 줘서 감사하다. 우리 후손들이나 사회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포천에 거주하는 고씨는 90세가 넘은 지금도 화초를 정성스레 가꿔 의료원 등 주변에 기부하는 등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선교·문화 부문 본상 수상자로는 암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투병 중인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전문 시설인 충북 청주시 소재 성모꽃마을이, 선교·문화 부문 특별상 수상자로는 청년들로 구성된 복음 단체인 ‘찬양크루 열일곱이다’가 각각 뽑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4일 오후 5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다. 가톨릭대상은 가톨릭정신을 구현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 개인과 단체를 기리기 위해 1982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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