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카타르 최고위급 회담
인질 석방·휴전 등 집중 논의할 전망
신와르 사망에 이·하마스 태도 변화도
긴장 완화 기대에도 이, 가자지구 공습
1년 넘게 이어져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휴전 협상이 27일(현지시간) 두 달 만에 재개됐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확전을 자제하는 ‘약속대련’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휴전 논의에도 물꼬가 트이며 중동 긴장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의 최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스라엘에서는 대외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다비드 바르니아,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 카타르는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 겸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회담에서 중재국인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4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다수를 교환하며 이틀간 일시 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 방안이 영구 휴전을 위한 예비 단계라고 설명하며 “임시 휴전 이후 10일 이내에 종전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8시간이라는 짧은 기간, 휴전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트린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됐던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등으로 협상 결과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제안해 지난 수개월에 걸쳐 논의됐던 ‘3단계 휴전안’은 첫 번째 단계로 6주간의 휴전을 요구한 바 있다.
무엇보다 휴전에 반대해온 하마스 내 대표 강경론자 신와르가 지난 16일 이스라엘군에 살해되면서 휴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 강경파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 상황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이날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 추모식에서 “모든 목표를 군사 행동으로 달성할 수는 없다. 인질들을 되찾으려면 고통스러운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외교적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기감도 다소 완화환 모습이다.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자국 군사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전날 보복 공습과 관련해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국가와 민족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 즉각적인 군사 보복 없이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겠다’는 수위 조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임시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이날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은 이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저녁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가한 이스라엘군 공습 사망자가 이날 4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날 아침 북부 자발리야에 대한 공격으로 20명의 사망자가, 가자시티 내 학교 폭격으로 11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성명에서 “자발리야에서 40명 이상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에 갇힌 민간인들의 처지가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휴전을 촉구했다.
같은 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해안도시 하이파의 군수산업 기지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스라엘군과 교전 이후 처음으로 접경지역 이스라엘 영토인 키랴트슈모나와 나하리야에 민간인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북부 지역에 로켓 75발이 날아왔고 이 가운데 일부를 격추했으나 57세 여성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에서 진행 중인 지상전에서도 이스라엘군 전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저녁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던 자국군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지난달 30일 지상전 개시 이후 발생한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총 34명으로 늘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