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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세 아들 죽이고 시신 불태운 교수, 내연녀와 해외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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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6 10:47:24 수정 : 2024-10-27 10: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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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내연녀 모두 과 후배…불륜 청산 요구받자 살해[사건 속 오늘]
9년간 일본서 가게 운영, 작은 교통사고에 들통…강제송환 무기징역

서울 노원경찰서는 2008년 10월 26일, 부인과 6살 아들을 죽인 뒤 시신을 불태우고 일본으로 도주했던 대학교수 A 씨(1963년생)를 범행 9년 만에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30대 대학교수로 장래가 촉망되던 A는 사랑에 눈이 멀어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간 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철창에서 인생의 남은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살인자, 피해자, 내연녀 모두 대학 같은 과 선후배 사이

 

살인자 A와 피해자인 아내 B 씨(1967년생), 내연녀 C 씨(1969년생)은 모두 서울 모 대학교 환경관련학과 선후배 사이.

 

A는 4년 후배 B 씨와 열애 끝에 1991년 4월 결혼, 1993년 아들 D 군을 낳는 등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C는 1991년 대학원에 진학, 조교로 있던 A와 접촉면이 넓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선배님'이라며 인사하는 정도의 평범한 선후배 사이에 그첬다.

 

비극은 1994년 A가 일본 도쿄대로 유학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남자는 도쿄대에서, 여자는 쿠바대에서 박사과정…타국에서의 외로움에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박사 과정에 입학한 A는 자신보다 1년 먼저 도쿄에서 60km 떨어진 쓰쿠바대 연구원으로 온 C에게 일본 생활과 관련해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

 

전공도 같고 선후배로 익히 아는 사이인 데다 유학 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으로 인해 두사람은 급속하게 가까워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도쿄대 박사학위 취득 후 35살에 모교 교수 임용…불륜으로 장미빛인생이 그만

 

A는 1997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로 돌아와 1998년 모교 교수로 임용됐다.

 

35살 나이로 최연소 대학교수, 도쿄대 박사, 학계가 인정한 논문 등 A 앞에는 그야말로 장미빛인생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C와의 관계를 귀국 후에도 청산하지 못한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A가 연구를 한다며 일본을 자주 들락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아내 B 씨는 1999년 초 남편이 방학 때 연구가 아닌 사랑을 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분노했다.

 

관계 청산 요구하는 아내에게 이혼 요구…거부당하자 1999년 12월 31일 끔찍한 일을

 

아내가 '관계 청산'을 요구하자 A는 '알겠다'며 여러 번 말을 돌리다가 1999년 5월 무렵 "차라리 갈라서자"며 오히려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 B 씨는 어린 아들을 생각해 "이혼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우리나라는 '유책주의'(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이는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음)를 택하고 있기에 B 씨가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면 A로선 방법이 없었다.

 

1999년 12월 30일 저녁 A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자기 집에서 아내에게 "이혼해 달라"며 부부싸움을 했고 다음 날인 12월 31일엔 아침부터 말다툼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내 살해한 뒤 6살 아들과 마지막 나들이…점심 사준 뒤 비닐봉지 씌워

 

격분한 A는 12월 31일 오전 7시쯤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아빠와 시내 구경하러 가자'며 옆방에서 자던 아들을 깨웠다.

 

A는 좋아하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점심을 사주고, 놀이기구를 태워준 뒤 오후 3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 "엄마가 자고 있다. 너도 같이 자라'며 죽은 엄마 옆에 눕힌 뒤 "비닐봉지를 씌고 자면 잠이 더 잘 온다"며 아들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힘껏 비닐봉지를 틀어쥐었다.

 

아내와 자식 죽인 뒤엔 짐승으로 변해…식용유 뿌리고 시신 소각 시도

 

이후 A는 이성을 완전히 상실, 증거를 없애겠다며 시신 소각을 시도했다.

 

집 안에 있던 식용유를 들고 와 아내와 아들 몸, 이불 등지에 뿌린 뒤 불을 지르고 집을 빠져나왔다.

 

불은 붙었지만 휘발성이 떨어지는 식용유 성질로 인해 불은 연기를 낸 채 어느 정도 타다가 꺼져버렸다.

 

이웃들은 매캐한 연기 냄새에 '어느 집에서 불이 났나'라고 생각했지만 곧 연기도, 냄새도 사그라들자 의심을 거둬들였다.

 

범행 다음 날 내연녀 있는 일본으로…돌아와 집 담보로 대출, 제자들에게 환전 부

 

A는 범행 다음 날인 2000년 1월 1일 C가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아내와 아들을 죽였다"고 실토했다.

 

A와 C는 일본에서 장기 도피 생활을 하기로 결정, 상당 기간 머물 돈을 마련키 위한 방안을 짰다.

 

A는 1월 4일 서울로 돌아와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 원을 빌렸다. 이어 이 돈을 제자 6명에게 1000만 원씩 나눠주고 각자 여행자 수표로 환전해 1월 12일 일본으로 들어오게 한 뒤 받아 갔다.

 

C는 1월 5일 귀국, 할머니로부터 받은 유산 1억 원 중 7000만 원을 인출해 A와의 도피 생활을 준비했다.

 

장모 "딸과 손자 연락이 안 된다"…경찰 강제로 문 열고 들어가 참혹한 현장을

 

2000년 1월 13일 노원경찰서는 "딸과 손자 소식이 보름가량 끊겼다"는 A의 장모로부터 신고 전화를 받고 A의 중계동 아파트를 찾아갔다.

 

인기척이 없자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은 참혹한 범행 현장을 발견했다.

 

장모는 사위 A가 1월 1일 아침 새해 인사와 함께 "아내, 아들과 함께 외국으로 여행 간다"고 알려 와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가 장기간 소식이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범인과 내연녀, 1월 11일 나란히 일본으로 출국…인터폴 적색 수배

 

경찰 조사 결과 A와 C는 1월 11일 나란히 일본 도쿄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A를 살인 및 방화 혐의, C를 공범으로 입건하고 기소 중지한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하지만 A와 C의 소재는 2008년 10월 2일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사진=뉴스1

가명, 위조신분증으로 숨어 살면서 식당까지…사소한 교통사고로 들통

 

A와 C는 도피 초기 도쿄에서 숨어 지내다가 일본 규슈(九州)로 이동, 브로커로부터 위조 신분증을 구입한 뒤 식당 종업원으로 취업했다.

 

그렇게 돈을 모은 두 사람은 2008년 1월 고쿠라(小倉)에서 한국 식당 체인점을 오픈,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월 2일 일본 나고야로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한 교통사고를 내면서 파국을 맞았다.

 

경찰은 A가 내민 신분증이 등록되지 않은 점을 수상하게 여겨 지문을 요구하고 일단 귀가시켰다.

 

일본 경찰은 지문 역시 무등록 상태로 나오자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과 대조한 끝에 한국에서 살인 범죄를 저지른 A임을 확인, 10월 5일 고쿠라 현지 경찰에 연락해 A를 긴급체포토록 했다.

 

범행 9년 10개월 만에 한국으로 송환…"참회할 기회 주겠다" 무기징역형

 

노원경찰서는 A와 C 신병 인수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2008년 10월 24일, 이들을 한국으로 압송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뒤 9년 10개월여 간의 긴 도피 생활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2009년 2월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상철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에 대해 "범행이 계획적이지 않은 점, 8년 9개월간의 도피 생활로 고통을 겪었고 죄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참회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며 검찰의 사형 요구를 뿌리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추징금 7804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에겐 "A와 혼인을 약속한 사이에서 자수를 강하게 권유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감안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형은 그대로 확정돼 A는 지금까지 죗값을 치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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