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도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원성이 자자한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제주도의회에서 이어졌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8일 제주도 교통항공국 등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차고지증명제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동수 의원은 “도민들이 체감한 차고지 증명제 시행은 2022년부터다. 만 3년여가 흐르고 있는데 과연 정책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행정적으로 볼 때 뭐가 옳은 것인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제주시 이도2동)의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예전 설계 기준으로 맞추다 보니 예를 들어 세대수가 100세대라고 하면 주차 대수는 한 50여 대밖에 안 되는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며 “(주민들은) 결국 1년에 한 90여만원 정도 들여 차고지를 빌리는데 차고지로 쓸 공영주차장조차 꽉 차면 차를 못 세우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또 “렌터카인 경우 연평균 가동률이 30% 이상인 경우 1년간 가동률 범위 내에서 차고지를 감면해주고 있다. 가동률 30%의 업체가 100대의 렌터카가 있다고 하면 차고지는 70대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제주도민들은 차고지 한 대당 하나씩 다 있어야 하는데 렌터카는 차고지 감면을 받는 상황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민구 의원은 “차고지증명제는 특별법 개정이 안 되면 폐지가 어렵다. 강제 규정이다. 다만, 조례를 통해 차고지 확보 기준과 방법, 확인 절차 등을 (새로) 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난 7월 발주된) 차고지증명제 실태조사 및 실효성 확보 방안 용역이 진행 중이다. 설문조사 문항에서 대상을 차고지를 증명한 도민만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차고지 증명을 못 한 사람들까지 비중을 50대 50으로 넣어 전체의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량 증가 억제 효과 있지만 편법 난무…개선돼야”
의원들은 “(차고지증명제를 둘러싸고 표현이) 과하지만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며 “차고지증명제와 관련한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전체적으로 차고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차고지증명제 폐지에 준하는 수준을 포함한 4가지 방안 정도를 가지고 검토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에 대한 제시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주도는 차량을 사거나 이전할 때 차고지를 확보해야만 등록이 가능한 ‘차고지 증명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차량 증가 억제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다가 2022년부터 전면 도입했다.
본인 소유 주택이 있거나 거주자용 주차장이 충분한 대단지 아파트에 산다면 차고지 확보에 문제가 없지만 세 들어 사는 집에 마땅한 차고지가 없다면 상황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주소지로부터 직선거리 1㎞ 이내 공영·민영 주차장, 타인 소유 주차장 등을 임대해야 한다.
차고지 증명제를 위해 차고지를 임대하는 건수는 제주시 6457대, 서귀포시 2248대로 집계됐다. 공영 주차장이 제주시 535대·서귀포시 85대이고, 사설 주차장(민간 주차장 및 종교·복지시설 등)이 제주시 5922대·서귀포 2163대 등이다.

차고지 증명제를 두고 편법이 동원돼 차량 증가 억제, 주차난 해소 등의 제도 효과는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이용자가 많은 일부 사설 주차장에서는 주차면을 빌려주는 것으로 서류만 꾸며주고 돈을 받기도 했다. 실제 주차는 하지 않는 대신 비용이 저렴해 이런 편법이 가능한 것이다.
일부 차량 소유자들은 차량을 제주도 이외 지역에 본인 또는 지인 명의로 등록한 뒤 차량을 제주도에 들여와 운행한다. 본인 명의의 차량 등록만 하지 않으면 차고지 증명제에 따른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차량을 사지 않고 렌터카를 장기로 빌려 타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집과 상가가 빽빽이 들어서 주차장이 부족한 제주시 원도심의 경우 차고지를 임대할 공간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도의회가 지난달 30일 마련한 공청회에선 차고지 증명제의 단계적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김황국 의원은 “대형차를 운행하는 사람은 자동차세로 60만원을 내는데, 대형차보다 훨씬 작은 경차를 타는 사람은 공영주차장 임대료로 90만원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차량이 계속 증가하는 제주에서 차고지 증명제 덕분에 차량 증가세가 조금이나마 억제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차고지 등록제가 최초 도입된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제주시 동 지역 신규 등록 자동차는 1만797대로 전년 동기(1만3370대) 19.2% 감소했다.
제주도는 제주연구원에 차고지 증명제 시행에 따른 연구용역을 의뢰해 문제점과 개선 사항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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