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가 ‘2024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 집행위원에 전과자를 위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집행위원은 과거 강원도 한 체육단체 이사로 일하면서 업무상 횡령을 저질러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집행위원 선발 과정에서 문제점도 발견됐다. 조직위가 외부 공모 없이 내부적으로 후보를 추천한 뒤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전 세계 태권도 꿈나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가 시작부터 악재로 얼룩지게 됐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직위는 지난달 28일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 집행위원 3명을 위촉했다. 조직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태권도 전문가인 이들이 대회 집행력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문제는 집행위원 중 한 명인 A씨가 과거 강원도 한 체육단체 전무이사로 일하면서 업무상 횡령과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확정 받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춘천시 체육회 등 공공기관에서 받은 보조금을 사용하면서 영수증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식당과 호텔 등에서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조금을 용도 외로 전용했고 그 규모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2021년 형이 확정됐다.
대학체육회와 강원도체육회는 직무와 관련해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직위는 집행위원을 모집하면서 외부 공모도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후보를 추천한 뒤 그대로 결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A씨가 지역 체육계 고위직의 친동생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의혹’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태권도 업계 관계자는 “세계 태권도 중심지를 표방한 춘천에 이번 대회 홍보를 위한 전문 인력이 A씨 외에 없다면 부끄러운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폐쇄적인 과정이 아닌 공식적으로 검증된 인물을 추천받아 위촉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사무국장은 “조직위 내부 규정에 따르면 집행위원을 위촉할 때 범죄경력을 조회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과거 벌금형을 받았다고 해촉해야 할 근거도 없다"며 “집행위원을 외부에서 공개모집해야 한다는 규정 역시 없다. 이번 대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김운기 춘천시의원은 “집행위원은 시민 세금으로 임금을 받는 만큼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며 “향후 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과 관련된 인물들은 범죄경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조직위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태권도 꿈나무들의 축제인 세계태권도주니어선수권대회는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7일간 여정을 시작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공인하는 G4 등급의 대회로, 129개국 1613명(선수 980명, 임원 633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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