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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엔 무기 수출입 통계마저 비공개… 사각지대 된 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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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8 11:02:32 수정 : 2024-08-28 1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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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과 달리
유엔 무기류 통계 돌연 비공개 처리

관세청 “국익 해칠 우려 있어 요청”
올해 초 국내 통계도 비공개로 전환

“비인도적 무기 거래 감시 어려워져
…방산 발전·투자에도 부정적” 지적

유엔 무역 통계(UN Comtrade)를 통해 공표되던 한국의 무기류 수출입 현황이 돌연 비공개로 전환됐다. 무기 교역에 관한 국내 통계들을 하나둘 비공개로 바꾸던 관세청이 유엔 자료에도 손을 쓴 것이다. 

 

관세청은 국익 침해 우려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요국에 견줘 우리 정부가 방위 산업·정책에 대한 감시·견제 수단을 과도하게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산 발전의 측면에서도 부문별 매출액 등의 통계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국익 이유로… 무기 수출입 통계 비공개 

 

28일 유엔 무역 통계(comtradeplus.un.org)에서 2020년 이후 한국의 무기류 수출입 현황을 조회하자 빈 화면에 “해당 자료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이 사이트에 접속해 한국이 어느 나라와 어느 정도 규모로 무기를 거래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유엔 무역 통계는 유엔이 200여개 국가의 수출입 현황을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표하는 국제 통계다. 기업과 상품명 등 구체적인 정보는 표기하지 않고, 품목별 매출액을 연도별, 월별로 공개한다. 한국의 경우 무역 통계를 담당하는 관세청이 2년마다 유엔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 공개하고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무기류 수출입 통계를 두고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사항”이라며 “지난 7월 유엔 측에 비공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 법은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28일 유엔 무역 통계(UN Comtrade)에서  2020년 이후 한국의 무기류(HS코드 93) 수출입 현황을 조회하자 “해당 자료를 이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표시됐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해당 사이트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와 무기를 얼마나 거래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유엔 무역 통계 사이트 캡처

◆“비인도적 무기 거래 견제 수단 없어져”  

 

올해 초 관세청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stat.kita.net)를 통해 조회할 수 있었던 무기 수출입 통계를 같은 이유로 비공개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에 유엔 무역 통계 자료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국내 기업 및 당국의 무기 거래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국가 간 무기 이전이 평화적인 목적에서,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국제적인 대원칙에 기대고 있다. 2013년 채택된 유엔 무기거래조약이 대표적이다. 무기거래조약은 무기 거래의 투명성을 목표로 명시하고, 집단살해, 인도에 반한 죄, 민간인에 대한 공격, 전쟁 범죄 수행에 사용될 경우 무기 이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115개국이 무기거래조약에 가입했다. 

 

평화주의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여지우 활동가는 “이스라엘처럼 분쟁 중인 국가나 무기가 인권 침해에 사용되는 국가에 한국산 무기가 수출되는지 감시하고 비판할 수 없어진다는 점에서 통계 비공개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쟁없는세상은 관세청의 무기 수출입 통계 비공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주요국들은 공개… “방산 발전에 필요” 의견도

 

무기 수출입 통계의 비공개 근거인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의 기준이 불확실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우리 정부의 정보 통제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은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 어느 나라에 어떤 종류의 무기를 수출했는지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유엔 무역 통계에서도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대다수 주요국의 무기 수출입 현황을 검색해볼 수 있다. 한국 역시 2020년 이전 자료는 조회할 수 있어 비공개 기준에 의문이 생긴다. 

 

방위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통계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무기의 대수나 위치는 보안 사항이지만, 통상적인 산업 수준에서의 매출액이나 수출액을 보안 취급하는 건 맞지 않다”며 “미국도 매년 공개를 하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기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투명하고 정확한 통계가 기반이 돼야 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확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방산의 매출액, 수출액, 고용 현황 등을 국가 통계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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