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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지난해 6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인 비 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인 비를 극한 호우로 규정했다. 기존에 집중 호우는 시간당 30㎜ 이상, 호우주의보의 발령 대상은 3시간 60㎜ 이상이 기준이었는데, 그보다 1.5배 이상 강해진 것이다. 극한 호우가 예상되면 기상청은 독자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집중 호우보다 더 강한 기상 용어가 등장한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올여름 장마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잦아진 것이 특징이다. 지난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져 놀라게 했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폭우”라고 했다. 17일 오전부터는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 시간당 최고 100㎜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이 정도면 폭포가 쏟아지는 수준이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안 보인다. 특히 파주 지역에는 무려 600㎜ 이상이 쏟아져 구조 인력이 급파됐다. 주민들은 “지붕에 돌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밤새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4년 6∼7월 두 달간 시간당 50㎜ 이상 비는 3번 내렸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이달 17일까지 19번이나 내렸다. 10년 만에 극한 호우가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SSP)를 보면 2041∼2060년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현재보다 6∼7% 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8∼11% 감소한다. 더 많은 비가 더 짧은 시간에 쏟아진다는 얘기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고 물 순환이 강화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극한 호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틀째 물폭탄이 떨어진 수도권은 고립·매몰 사태, 홍수경보에 주민 대피령까지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오늘까지 최대 150㎜가 더 내린다니 걱정이다. 그럼에도 기상청을 포함해 세계 주요 슈퍼컴퓨터의 수치 예보 모델은 이번 극한 호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상 이변이 일상화하는 탓에 극한 호우가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극한 기후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선제적·실효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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