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된 후 첫 앨범 작업…혼란과 불편 겪었으나 나를 가장 잘 드러냈다”

17살 나이에 ‘나는 나쁜 x야’ 라고 중얼거리며 전세계를 매료시킨 팝 가수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나타났다. 그는 ‘보컬 실력이 크게 늘었고, 그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 늘었으며, 새 앨범은 자신을 가장 잘 담은 앨범’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빌리 아일리시(빌리 아일리시 파이릿 베어드 오코넬·22·미국)는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빛의시어터에서 열린 정규 3집 ‘HIT ME HARD AND SOFT’(히트 미 하드 앤 소프트) 국내 청음회에서 성인이 된 후 맞닥뜨린 앨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제 바이브가 됐어요. 이전과는 다른 상황과 위치, 혼란과 불편 그것들을 오빠(피어니스 오코넬)랑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겨내려고 했고 이겨냈다”고 말했다. ‘혼란의 바이브’로 만들어진 것은 ‘더 강한 나’다.
아일리시는 “이 앨범은 어떤 작품보다 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모든 트랙을 편견 없이 좋아하고 앨범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매된 3집은 이전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친오빠이자 프로듀서인 피니어스 오코넬과 함께 만들었다. 타이틀 트랙 ‘SKINNY’(스키니)를 포함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영감을 얻은 ’CHIHIRO’(치히로) 등 10곡이 담겼다.

앞서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린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는 아일리시는 새 앨범을 통해 성 정체성과 성적 욕망 등 내밀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앨범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풍성하고 기이하며 영리하면서도 슬프고, 또 충분히 현명한, 가슴 아픈 걸작”이라며 별 다섯 개 만점을 줬다.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아일리시는 ‘THE GREATEST’(더 그레이티스트)를 꼽았다. 그는 ”당시 오빠와 저는 충분히 영감을 얻지 못하고 억지로 무언가를 뽑아내는 느낌이었다“며 ”그때 이 곡이 생각난 덕분에 다른 앨범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이 곡이 없었다면 다른 곡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영감의 원천은 음악 작업 그 자체라고. 아일리시는 “오빠와 저는 우리가 만드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앨범을 만들며 도구를 조작하고 버튼을 누르는 과정이 아이디어를 준다”고 밝혔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보컬 능력을 기른 덕분에 새로운 요소를 시도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아일리시는 “10대에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이 가장 보컬적으로 성장한 시기”라며 “갈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좋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일리시는 자신의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를 한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무엇이든 음악에서 느끼는 것이면 그게 곧 메시지다. 느끼는 그대로 음악을 들으시면 된다”며 해석의 문을 활짝 열어뒀다.
이날 아일리시의 이야기를 끌어낸 인터뷰어는 다름 아닌 블랙핑크 멤버 제니였다. 제니의 이번 이번 청음회 지원 사격은 아일리시 측의 제안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니와의 친분을 과시한 바 있는 아일리시는 “제니는 내 친구”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국 팬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놀랍다면서 아일리시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악은 가장 순수한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고 평했다.
뮤지션이 되지 않았으면 어떤 직업을 가졌겠냐는 물음에 그는 “어릴 때 댄서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부상을 입어서 더 이상 (격한) 춤을 추지는 못한다. 체조선수가 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일리시는 무대에서 방방 뛰어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아일리시는 같은 물음을 제니에게 돌리기도 했다. 제니는 “저는 판다 사육사가 되고 싶었다”며 웃었다.
한편 정규 3집 프로모션 차 내한한 아일리시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으며,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가 진행하인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 지코의 아티스트’ 녹화에도 참여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