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일부 큰 목소리가 전체 의견으로 포장되는 건 민주주의 아냐” [심층기획-위기의 대의민주주의]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6-12 06:00:00 수정 : 2024-06-11 21:06: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하) 전문가 대담

인천대 이준한 교수
일부 당원 ‘동원된 자발적 행동’만 채택
반대 의견은 배척 비민주적 행태 반복
전문가들에게 최소한 의견 수렴이라도

국민대 윤수찬 교수
민주당의 주장은 다수당일 때만 통해
당원 중심 가다간 민심 뒷전될 가능성
모든 것 李대표에 맞춰… 권력의 표출

경희대 채진원 교수
여왕벌 중심으로 한 일벌들 집체극 같아
이견 내면 ‘비명횡사’로… 정상적 아냐
국민 정서·이해 대변 하는게 정당 역할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패배를 계기로 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당원 의견 20%를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자 학계에선 “당내 다양한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목소리 큰 일부의 목소리가 마치 전체의 의견으로 포장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직접민주주의를 명목으로 일부의 의사를 전체의 견해로 오해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가 무력화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세계일보는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 국민대 정치대학원 윤수찬 교수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대담하며 민주당이 말하는 ‘당원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윤수찬 교수와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 인천대 이준한 교수(왼쪽부터)가 1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담하고 있다.허정호 선임기자

―민주당 모습은 정당 민주화 흐름에 부합하나.

이준한 교수(이하 이) “민주당 권리당원이 250만명이라고 할 때, 모두가 같은 의견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반대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거나, 내부 총질로 몰아붙이거나, 편협하고 배제적인 중우민주주의적 속성을 띠고 있다. 모든 당원이 친명(친이재명) 일색은 아니다. 소수 의견을 배척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당원 중심을 강조하면서 당이 협소해지고 비민주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재 민주당 아닌가 싶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

채진원 교수(이하 채) “당원이 250만명이든 300만명이든 많으면 뭐하는가. 과대 표집된 일부의 목소리 일색 아닌가. 이것은 일사불란한 집체극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다양성에 기초한, 민주화된 참여라고 말할 수 없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계다. 이것을 당원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

윤수찬 교수(이하 윤) “당원들에게 당헌·당규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과 같은) 핵심 규정이라도 소개하면 좋은데 그런 교육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당원들을 ‘돈 내는 사람’과 ‘돈 안 내는 사람’으로만 분류하니 당원의 책임성이 없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장 후보,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 의견 20% 반영 추진은 어떻게 보나.

이 “일부 당원의 ‘동원된 자발적 행동’을 이끌겠단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원된 것이다. 동원되고, 참여하고, 인원이 불어나고, 과몰입하게 된다. 이들의 의견이 당에 채택되면 그게 외견상 민주적으로 보인다. 정당성을 얻기 위해 민주적 절차도 다 밟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밖의 의견은 발붙이지 못한다. 결과는 늘 똑같이 나올 것이다.”

국민대 윤수찬 교수

채 “민주적이라면 여러 의견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견 자체가 없잖은가. 이견을 내면 ‘비명횡사’로 돌아온다. 원하는 ‘추미애 의장’ 결과가 안 나오니 집단탈당하는 것을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용납돼야 민주적인 것이다. 참여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월해야 한다. 그런데 ‘더 훌륭한 사람이 있나 토론하자’고 하는 사람에게 문자폭탄 보내는 것은 폭력이다. 그걸 당원 중심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국회의장은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자리다. ‘민주당 후보를 내는 데 민주당원 의견을 받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론하더라. 그러나 국회의장은 최종적으로 여야가 같이 선출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그들이 다수당일 때만 통한다. 민주당이 늘 다수당만 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 “혹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그게 시대정신이라면 왜 다른 나라는 그런 걸 안 할까.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에 일반 국민 의견을 최대 50% 반영하자고 하는 것을 봐야 한다. ‘당원 100%’로 했더니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마음)에 따라 투표하니 민주주의가 퇴보해 버려서 그런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보고 다양한 의견 반영을 위해 당원과 일반 국민 반영 비율을 반반씩 하자고 하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특정한 방향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민주적 외피를 갖추고 있다(현재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 30% 반영’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국회의장 선거는 국민의 대표가 모인 전당의 대표를 뽑는 것이다. 의장 후보 경선에 당원을 참여시키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다. 2학년 4반 반장을 뽑는데 2학년 학생들 전부가 투표하자는 이야기다.”

채 “강성 당원만 대표해선 안 된다.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매개조직이다. 특정한 이해관계와 이념성향을 과대 대표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은 아니다. 국민의 평균적 정서와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민정당이 되는 길이다. 당원 참여가 좋게 보인다는 프레임의 함정에 빠질 필요가 없다. 일부 강성 당원의 뜻을 당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고 대권 가도에 팬덤을 동원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원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은 당원을 확보해 다가올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안전하게 이기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것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고정표를 가져가겠다는 방향인 듯한데, 이런 경우 과연 국민이 정치를 더 가깝게 여기겠는가. 결국 당원 중심으로 가다가 민심을 뒷전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원들이 의장후보 경선과 원내대표 선거에 당심 20%를 반영하는 것을 실제로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경희대 채진원 교수

―정권 탈환을 위해 ‘이기는 싸움’ 준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 “민주당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 대표 위주의 당헌·당규 개정을 하고 인적 구성을 해오다 보니 융화되지 못하거나 눈 뜨고 보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당을 떠나거나 배제됐다. 지금은 하나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대 의견이 있어도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밝히지 않고, 지역구에서도 별로 의견을 내는 걸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구성원들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금, 당내 민주주의는 결과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윤 “정치는 답이 없는데, 민주당은 답을 만들어 버렸다. 모든 것을 이 대표에 맞춰서 당헌·당규도 만든다. 당대표직도 연임할 것으로 본다. 당이 나서서 이 대표에게 방패를 만들어주고 있다. 권력이 무섭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채 “평소에는 당심 구애에 집중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중도 확장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야 당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심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지금 기조하에서는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다. 결국 그간의 기조가 부메랑으로 민주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일본도 총리 후보 선출 시 당심 50%를 반영한다고 항변한다.

채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 일본은 내각제 정당이고 우린 대통령제 정당이다. 내각제는 민주적 정당성이 더 약하다. 다수당만 되면 총리를 20년, 30년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내각제 친화적인 정당을 좋게 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삼권분립 대통령제 국민 중심 정당 시스템을 갖는 게 가장 좋다. 당심과 민심을 합치시키지 않고 당심만 챙기는 건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단 것이다.”

윤 “일본과 우리 정치는 전혀 다르다. 일본은 정치가 책임을 지지만 우리는 정치가 책임지지 않고 국민이 진다. ‘우리가 선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단 것이다. 내각제는 내각이 책임진다. 원내정당 중심 대의제에서 국회의원들은 각각이 헌법기관이다.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다 같이 직접민주주의 하자고 하면 곤란하다. 그럼 국회의원을 왜 뽑겠는가.”

이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에서 최대계파가 거의 합의적으로 한다. 그게 당원 50% 반영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경계 밖에도 못 넘어가는 논리다. 민주당은 정당 정치를 공부한 학자들에게 한번 자문을 구하고 토론을 해보든지, 최소 의견 수렴이라도 해보시라 말하고 싶다.”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4·10 총선 압승으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시작하면서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란 구호로 이 변화를 선전하지만, 당원에게 국회의원 권한을 양도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엄연히 반한단 지적이 대다수다. ‘팬덤정치’가 횡행하는 현 정치 문화에서 ‘제왕적 당대표’ 현상 또한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당대표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주역인 정당 내 건전성을 헤친다. 세계일보와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총 3회에 걸쳐 시리즈 ‘위기의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최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논란, 심화하는 제왕적 당대표 현상 등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공동기획: 세계일보·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배민영·김승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나연 '깜찍한 브이'
  • 나연 '깜찍한 브이'
  • 시그니처 지원 '깜찍하게'
  • 케플러 강예서 '시크한 매력'
  • 솔지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