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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갑자기 프랑스 베르사유 궁이 화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며 빈 청와대의 활용 방안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베르사유 궁처럼 미술관으로 쓰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0여㎞ 떨어진 베르사유 궁은 프랑스 최고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궁전 내부엔 서양 미술의 정수에 해당하는 걸작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넓은 청와대 공간을 채울 예술 작품이 충분치 않아서인지 미술관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청와대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한몫했을 것이다.

매년 프랑스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꼭 들르는 명소가 베르사유 궁이다. 궁전 전체를 제한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이 32유로(약 4만7000원)라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막상 가보면 엄청난 인파에 놀라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종료로 이른바 ‘보복 관광’ 바람이 분 뒤 베르사유 궁을 다녀온 이들은 “미술품 감상은 엄두도 못 내고 앞사람 뒤통수만 봤다”며 푸념하기도 한다.

베르사유 궁은 그저 관광지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2022년 프랑스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이 베르사유 궁에서 열렸다. 막강한 ‘오일 머니’를 자랑하는 UAE의 환심을 사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후 처음 프랑스를 찾았을 때도 그를 베르사유 궁으로 초대해 호화로운 연회를 베풀었다. 프랑스 외교의 핵심 자산 중 하나가 바로 베르사유 궁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지방의회 해외 출장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어느 지방의회 의원들은 2022년 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며 베르사유 궁 관광을 일정에 포함시켰다. 예산 44만여원을 들여 입장권을 예매했는데, 이태원 참사 후 출장이 취소되자 그 위약금 또한 예산으로 물었다고 한다. 도를 넘은 혈세 낭비에 그저 기가 찰 노릇이다. 해당 지방의원들이 출장 목적을 ‘우리도 관내 문화유산을 베르사유 궁처럼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나 않길 바랄 뿐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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