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 실랑이 해소 등 장점 불구
고령층·외국인 이용 어려움 커
전문가 “요금 결제 대안 갖춰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이어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는 버스 이용료로 동전이나 지폐를 받지 않는 것이다. 현금승차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거스름돈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행지연·실랑이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과 외국인 등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카드·계좌이체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 등을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강원 춘천시는 7월1일부터 현금 없는 시내버스를 시범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레고랜드를 기점으로 춘천역과 남춘천역을 거쳐 삼악산케이블카를 잇는 2개 노선이 대상이다. 승객들은 버스 탑승 시 교통카드로 요금을 내야 한다. 계좌이체나 정보무늬(QR코드)를 이용한 납부도 가능하지만 현금은 낼 수 없다. 시는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대상 노선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은 현금승차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춘천 시내버스 현금승차 인원은 2022년 30만9000명(전체 승차객의 3.1%), 2023년 18만3000명(1.8%), 2024년 4월까지 4만9000명(1.4%)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거스름돈을 내주는 과정에서 운행시간이 지연되는 점과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는 점, 승객이 현금함에 부딪히는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도 도입 이유로 꼽힌다.
춘천과 같은 이유로 전국 지자체들이 현금 없는 버스를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7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3개월간 시범적으로 218개 모든 버스 노선에서 현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구시 역시 7월부터 6개월간 5개 노선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기사들은 환영 입장이다. 춘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모씨는 “거스름돈을 제대로 줬는데도 더 받아야 한다고 실랑이하는 승객을 만나면 운행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현금을 받지 않으면 운행 전후 현금함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등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의 버스 이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춘천시민 이모(72)씨는 “지금도 버스 한 번 놓치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데 카드 가지러 집에 갔다 오면 하루가 다 지날 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복지 확대 측면에서 대중교통 결제 관련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탑승 후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금 소지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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