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어제 취임했다. 국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딸 편법 증여 등 몇 가지 도덕적 흠결이 드러난 건 오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오 처장에 대한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에 공수처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는 비장한 각오로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의문점을 낱낱이 규명하길 바란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했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이 그의 사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등 ‘윗선’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외압설의 진상을 밝혀 달라는 고발장이 공수처에 제출되며 수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사건 발생 후 10개월이 넘도록 공수처 수사에 큰 진척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자기네가 주도해 만든 공수처조차 못 믿겠다며 특별검사 도입 카드를 꺼내 밀어붙이고 있다. 애초 공수처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했다면 민주당 등 야권이 특검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오 처장은 어제 첫 출근길에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처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업무”라고 단언했다. 의혹 규명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관건은 대통령실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많은 국민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한 뒤 사건 처리 방향이 바뀌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사실인지 궁금해한다. 오 처장은 앞서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일반론으로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오 처장 말대로 공수처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법률과 증거에 따른 수사로 국민적 의구심을 명쾌히 해소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공수처는 존재감을 잃고 야권의 ‘특검론’ 주장만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수사력 등 문제로 인해 무용론까지 제기된 게 사실이다. 공수처 구성원 중 수사 전문가가 적고 그나마 있던 인원도 줄줄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 오 처장 앞에 놓인 첫 과제는 조직을 제대로 안정시키는 것이다. 당장 공석인 차장부터 수사 경험이 풍부한 후보자를 물색해 발탁해야 한다. 오 처장이 3년 임기 동안 ‘수사 잘하는 공수처’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임명 과정에서 제기된 오점을 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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