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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으면 혼인무효 소송 못해”… 40년 이어온 판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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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21 01:00:00 수정 : 2024-05-20 22: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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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01년 12월 혼인신고를 하고 약 3년 뒤인 2004년 10월 조정을 거쳐 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A씨는 2019년에 이르러 법원에 이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한 지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뭘까. A씨는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며 ‘무효’를 주장했다(주위적 청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비적 청구로는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상태에서 피고의 강박으로 이 사건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에서 ‘혼인 취소’를 구했다.

 

민법 815조 1호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인정한다. 같은 법 816조 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혼인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정했다.


1심 법원은 A씨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신고에 의해 해소됐다면 위 혼인관계의 무효확인은 과거 법률관계의 확인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결했다.

 

혼인 취소에 대해서도 “이혼의 효과와 혼인 취소의 효과는 장래에 향해 혼인의 효력이 소멸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며 “당사자가 이미 이혼에 의해 혼인관계를 해소한 때에는 혼인 취소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했다.

 

이는 1984년 나온 대법원 판결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2심 법원도 이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23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A씨 사건은 하급심과 다른 결론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해 심리해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 중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사건을 전합으로 회부한다.

 

대법원이 ‘이혼으로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에 대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경우 40년 만에 판례가 변경된다.

 

같은 날 전합은 별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원칙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할지가 쟁점이 된 사건(상해 혐의 사건),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인상 전 가격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낸 한국필립모리스에 추가 부담금을 물린 정부 처분이 타당한지가 쟁점인 행정소송(폐기물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 사건에 대해서도 선고를 내린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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