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세에 투자·지출 확대 영향”
1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9조원대 진입
틱톡샵·쉬인 본격 상륙 땐 더 큰 충격파
투자 전환… 국산 제품 확대 차별화 전략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국내 유통업체 1위인 쿠팡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초저가를 무기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C커머스가 국내 시장 실적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9조4505억원(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넘어섰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000만달러(약 53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677만달러보다 61% 감소했고, 2400만달러(약 3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 2분기(-95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쿠팡 측은 이번 실적 부진이 C커머스의 공세에 따른 상품·물류 인프라 투자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중국발 위기를 거론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유통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 시장 내에 소비자들을 붙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애초 쿠팡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전환 이후 매 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실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시기상조가 됐다. 와이즈앱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합산 이용자는 약 1683만명으로 쿠팡 이용자(3090만8000명)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C커머스 ‘틱톡샵’과 ‘쉬인’이 국내에 본격 상륙하면 중국 4대 온라인 쇼핑 업체인 ‘알테쉬톡(알리·테무·쉬인·틱톡샵)’ 사용자 수가 4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계획된 적자’를 마치고 본격적 수익 확보에 나서려던 쿠팡은 C커머스 침투에 다시 경영 좌표를 투자 확대로 전환하게 됐다.
김 의장은 이날 수십억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지속해 배송 속도를 한층 높이고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한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무료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도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김 의장은 올해 한국산 제품 구매·판매액을 지난해 13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올해 16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해물질 검출 등 저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통해 중국산 초저가 제품과 차별화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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