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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업그레이드된 ‘벚꽃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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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4 22:58:56 수정 : 2024-04-14 2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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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은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양척왜, 광제창생의 구호를 내걸고 한때 삼남지방을 휩쓸었다. 위기감에 조선 왕실은 근대화된 일본군의 도움을 받아 동학농민군을 무력 진압했다. 일본이 제국주의 열강들의 승인 아래 한반도 식민지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계기가 됐다. 1905년 7월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과 대한제국에 대한 서로의 지배와 침탈을 인정한 ‘태프트-가쓰라 밀약’은 그 증거 중 하나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이듬해인 1946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작성한 일본 평화헌법이 탄생했다. 헌법 9조는 사실상 일본의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대신 유엔(UN)이 인정하는 공동방어 개념의 집단적 자위권만 갖도록 했다. 그러다가 2015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새로 규정한 안보법제를 도입해 헌법 9조 무력화에 나섰다. 자위대는 제한적이긴 하나 전 세계 어디서든 교전이 가능해졌다.

일본은 2022년 12월에는 북핵·미사일 위협 등을 빌미로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했다. 침공해온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한다는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허문 것이다. 이 결정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유지해온 안보 전략을 77년 만에 바꾸는 대전환이었다. 방패만 가진 자위대가 창까지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에서 일본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일을 두고 옥신각신했지만 미국은 이미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모하는 일본을 응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미·일동맹 관계를 대폭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군사·외교 굴기와 북핵 위협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 동력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벚꽃동맹’의 무대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한 셈이다. 우리로선 대수롭지 않은 듯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열강의 묵인 속에 일제 만행을 경험한 데다 일본이 무력을 키울 때마다 반복된 혼돈의 역사 때문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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