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황상무 등 용산發 악재 발목
‘尹 대파’ 발언에 부동층까지 등돌려
단독 과반 확보한 민주, 입법권 장악
尹정부 남은 3년 국정 동력 상실 우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심’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압도적인 ‘견제’를 택했다.

10일 오후 6시 발표된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수인 178∼197석을 획득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다만 이는 출구조사를 전제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실제 총선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에서 의석수가 차이를 보인 경우가 적잖아서다.
어쨌든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로 나타난 민심은 선거 기간 고물가, 의·정 갈등 장기화, 이종섭 출국 논란 등으로 견고하게 유지됐던 정부견제론(정권심판론)이 결국 민주당 투표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권심판 투표를 호소해 왔다. 이날만 해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면서 “국민의 주권인 투표는 민심을 외면한 윤석열 정권에 경고를 보내며, 파탄 난 민생과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에 경종을 울려 달라”고 했다.
강민석 대변인도 “투표해야 변한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심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투표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전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진행한 마지막 유세에서 “(윤석열정부) 2년의 국정에 대해 명확하게 평가하고 주인으로서 계속 권력을 맡길 것인지, 벌을 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제 내일(11일) 우리가 받아들게 될 그 투표용지는 바로 옐로카드, 경고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전부터 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건·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주가조작 의혹 등을 ‘이·채·양·명·주 5대 실정’이라 규정했다.

이는 실제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정부견제 여론이 꾸준히 50% 안팎에 육박한 걸 고려한 전략이었다. 한국갤럽 조사만 봐도 2023년 12월7일 ‘정부 견제 야당 다수 당선’ 응답이 51%를 기록한 데 이어 51%(올해 1월11일)·49%(3월14일)·51%(3월21일)·49%(3월28일) 등 추이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런 와중에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용산발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민주당의 정권심판 구호는 더욱 힘을 받은 측면이 있다. 당장 지난달 초 채 상병 사건 수사로 출국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논란은 여론이 악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결국 이 전 장관은 출국 11일 만에 귀국했고 선거를 12일 앞둔 3월29일 주호주대사에서 물러났다. 비슷한 시기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도 일었고 황 수석은 문제 발언 엿새 만인 3월20일 사퇴했다.

고물가로 어려워진 가계 경제 또한 정권심판 투표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물가상승률)는 올 2월부터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상황이다. 특히 가계 부담에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같은 경우 3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7%나 올라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만 해도 같은 기간 88.2%, 배 87.8%가 올라 각각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발언 논란이 터져 민심은 더욱 악화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3월4주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관련 부정 응답률이 58%였고, 그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바로 ‘경제·민생·물가’(23%)였다.
긍정 응답률은 34%였고, 그 긍정 평가 이유 1위는 의대 정원 확대(22%)였다. 다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선거 직전까지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권심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한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달 1일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5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의·정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정권심판 여론과 별개로, 선거가 막판에 접어들면서 민주당도 김준혁(경기 수원정)·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 리스크 등 악재가 터져 나왔다. 김 후보의 경우 과거 ‘이대 성상납’ 발언 등으로 여성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양 후보는 편법 대출 의혹이 제기됐고 새마을금고중앙회·금융감독원이 검사를 거쳐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여권 중심으로 이들 논란이 초접전 지역구의 ‘운명’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견고한 정권심판 구도 때문에 그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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