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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공무원 우대에… “비혼 역차별” “저출산 해소 기여”

입력 : 2024-04-10 19:45:12 수정 : 2024-04-10 1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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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제도 개선안 의견분분

정부, 개정 임용령 이후 지침 변경
‘자녀 2명엔 0.5점·3명은 1점’ 가점

관세청 8급 이하 가점 부여 방침에
직원들 “무자녀 직원 불공평” 토로

“저출산 심각… 양육 경력단절 고려”
전문가 “사회갈등 관리 시급” 조언

“자녀 낳으려고 공무원 된 것도 아니고, 자녀 많이 낳는 사람한테 혜택 주자고 합의한 적도 없다.”

관세청이 8일부터 다자녀를 둔 부모에게 가점을 주는 인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한 데 대해 경제부처의 사무관 A씨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다자녀 양육 공무원 우대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비혼, 난임 등으로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일고 있다. 각 부처가 속속 인사제도에 변화를 주고 있어 이 같은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다자녀 양육 공무원에 대한 승진 우대 근거를 마련한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각 부처 장관은 8급 이하 공무원을 승진 임용할 때 다자녀를 둔 공무원을 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무원 경력 채용 때도 2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있는 경우 퇴직 후 10년까지 응시가 가능해졌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출산·양육에 따른 경력 단절 기간을 고려한다는 취지다. 이전에는 퇴직 3년 이내인 자에 한해 경력 채용에 응시할 수 있었다.

공무원임용령 개정안 시행 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31일,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에 각각 성과평가지침을 개정했다. ‘2명 이상’을 다자녀로 규정하고 승진 시 자녀가 2명이면 0.5점, 3명 이상이면 1점의 ‘가점’을 주기로 한 것이다.

관세청이 시행한 인사제도 개선안도 그 연장선이다. 2자녀 이상을 양육하는 8급 이하 공무원은 승진심사 과정에서 가점을 부여받고, 연고지로 전보 희망 시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2년 이내 공무원, 신혼부부 또는 난임치료 시술 중인 공무원은 우선해 전보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인사제도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미혼 또는 비혼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불이익을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8급 이하 승진만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이런 기조가 확산해 내가 당사자가 된다면 역차별이라고 느낄 것 같다”며 “출산 격려금을 준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승진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20대 B씨는 “기업이 국가 정책을 따라가는 면이 있는데, 만약에 회사에도 이 같은 승진 우대책이 도입되면 큰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을 채용에서 우대하는 것처럼 공정의 잣대를 어떻게 세울지는 사회적 합의에 달린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저출산이 사회 문제화한 가운데 자녀 양육을 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이 같은 우대 정책은 그 결과라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자녀를 양육 중인 직장인 C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나서 돌아온 해에 인사고과에서 C를 받았는데, 아무리 법에서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불이익을 없애는 것을 넘어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출산 대책 전문가인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장은 “육아 시간을 국가가 공적으로 인정한다고 민간에 신호를 준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한다”며 “육아와 출산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를 이끌 수 있고, 공공에서의 변화는 민간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이나 민간 모두에서 다자녀 양육 우대 정책이 계속 새롭게 나올 전망이어서 ‘역차별 논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얼마 전 한 기업이 내놓은 ‘출산장려금 1억원’ 제도를 예로 들며 “출산한 사람은 ‘대박’, 출산하지 않은 사람은 ‘쪽박’이라는 식으로 한방 지르는 대책이 이어질 경우에는 사회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지원은 당연하다는 저출산 대책의 원칙과 철학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출산과 양육 지원에 대한 전제를 사회 구성원들이 받아들여야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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