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서북병원에 31개 병상 마련
망상·난폭 행동 환자 집중 치료
“가족 돌봄 부담 대폭 감소” 기대
2026년까지 2곳 추가 지정 계획
중증 치매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병원이 서울 지역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은평구 서북병원에 31개 병상 규모의 ‘치매안심병원’을 4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치매안심병원은 난폭한 행동과 망상 등 중증 치매 증상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환자를 집중 치료하기 위한 시설이다. 전용병동에 치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시설과 증상을 완화하는 환경을 완비해야 안심병원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치매안심병원에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담 간호인력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요양보호사 15명이 3교대로 환자를 관리한다.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보호자를 위한 정보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퇴원한 후에도 환자 거주지 인근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가정이나 장기요양서비스, 기타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 지역사회에서 안전한 생활을 하도록 돕는다.
서북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기준 조사를 거쳐 지난달 7일 서울 지역 ‘1호’, 전국 기준으로는 18번째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복지부는 2019년부터 공립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치매안심병원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경북(4개 병원, 311개 병상), 대전(1개 병원, 164개 병상), 전북(2개 병원, 145개 병상) 등 비수도권 지역에 분포해 있었다. 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101만명이며 이 가운데 서울의 치매 인구는 약 17만명에 달했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2030년 서울의 치매 환자는 24만5500여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중증 치매 전담병원이 생겨 환자들의 전문적인 치료는 물론 가족들의 돌봄 부담도 대폭 덜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북병원 내 치매안심병원은 988.27㎡ 규모로 31개 병상을 갖췄다. 치매 증상 완화를 돕는 조명과 색채, 이동 동선을 갖춘 1인 병실 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했다.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치매 전문 의료진이 진단부터 약물 치료, 동반 신체질환 관리 등 집중 입원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누젤렌(심리안정치료실)에서는 환자의 회복을 돕고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음악·미술·운동 프로그램과 인지·정서 중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시는 2026년까지 치매안심병원 2곳을 추가 지정하는 등 중증 치매 환자 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김태희 시 시민건강국장은 “중증 치매 환자가 안심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자택에서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치매 관리체계와 공공의료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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