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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구멍 뚫린 대북제재 감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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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9 22:48:31 수정 : 2024-03-29 22: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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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8년 5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한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다음 해 2월과 6월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그해 3월, 9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개선·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변 핵시설이 가동 중이고 ICBM 고체연료 추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은 이로부터 4년 뒤 신속·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의 괴물 ICBM ‘화성 18형’을 시험발사했다. 2022년 패널보고서는 북한이 파괴했던 풍계리 핵시설을 복원해 기폭장치를 시험하고 새 갱도도 파면서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설치돼 이처럼 제재 위반 혐의를 조사·공개해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려 왔다. 석유와 석탄, 철강 등 원자재 밀수출과 무기거래 정황이 포착됐고 가상화폐 탈취 등 사이버 불법과 인권유린 상황도 드러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아우디 차량 등 고위층의 사치품이 해외에서 흘러들어 간 사실도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눈엣가시’였다.

이런 패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했는데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중국은 기권했다. 황준국 주 유엔대사의 말처럼 범죄가 판을 치고 있는데 CCTV를 없앤 격이다. 러시아의 속내는 빤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필요한 포탄과 재래식 무기를 제공해 온 북한을 아예 ‘후방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패널 제거도 모자라 북핵을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가에서는 푸틴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해 핵·미사일 관련 기술 전수에 이어 핵보유국 지위까지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은 중·러를 뒷배 삼아 유엔 제재 해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나아가는 위험한 도박(핵 군축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핵 영구화를 막는 유일한 안전핀인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도록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외교·안보 총력전에 나서야 할 때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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