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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3A.M.] 초인간 오타니 쇼헤이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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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8 23:21:31 수정 : 2024-03-28 23: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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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실력·자기관리·인성… ‘넘사벽’ 수준
형제 같았던 통역사의 도박에 ‘흠결’ 생겨

3월의 인물은 오타니 쇼헤이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를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오타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인사였다. 그는 한국 방문 전후로 태극기 이모티콘을 4번이나 올렸다.

15일에는 한국행 전세기에 오르기 직전 아내를 공개했다. 깜짝 결혼 발표로 모두가 궁금해하던 차였다. 뒤이어 소속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구단도 공식 계정에 한국에 가는 선수들과 가족들의 사진을 올렸는데 오타니 부부를 제대로 소개하는 근접 사진이 있었다. 서울 개막전의 흥행을 예고하는 확실한 붐업 콘텐츠였다.

다음 날 고척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으로 한국인의 호감은 더 커졌다. 오타니는 “한국은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야구로 다시 돌아오게 돼 특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저스 구단의 한글 로고, 다저스 선수들이 서울 곳곳을 다니며 올린 인증샷,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성심당 빵을 맛있게 먹는 장면 등이 더해져 한국인들은 그야말로 오타니와 다저스를 사랑하게 됐다.

사람들이 오타니에게 이토록 경탄하는 핵심은 그의 초현실적 경지에 있는 듯하다. 대다수의 불완전하고 모순되며 나약한 범인들에게 오타니의 탁월한 실력, 완벽한 관리, 반듯한 인성은 넘사벽으로 보인다. 그는 인간성과 행운까지 만다라트 계획표에 목표로 적어 두고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철저한 통제, 고도의 집중 그리고 일관성이 있다. 모든 것은 야구를 위해 설계하고 맞춘다. 그의 목표는 매 순간 ‘최고의 나’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노력해야 한다. “피칭을 해도, 배팅을 해도 스스로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것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오타니 쇼헤이 야구소년’)

오타니는 내일을 위해 아이패드에 오늘의 훈련과 생각을 일기처럼 기록한다. 비시즌일 때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운동하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고 쉬다가 다시 잠에 든다. 식단을 택할 때도 맛보다는 근육의 긴장감이나 체중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에게 수면은 회복이다. 오타니는 2022년 미국 GQ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내게 꼭 필요한 물건 10가지’를 소개했는데 맞춤 베개, 심박수 모니터기, 수면 안대 등 4개가 숙면에 필요하거나 잘 때 쓰는 물건이었다.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도 비행 13시간 중 11시간을 잤다. 통역을 곁에 두고 굳이 영어를 잘하려 애쓰지 않는 것도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다.

이런 무결한 사람, 오타니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스캔들에 휘말렸다. 오타니가 2018년 MLB에 온 이후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늘 한 그림 안에 있었다. 구단이 고용한 통역사였지만 거의 매일 붙어 다니는 형제 같은 사이였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해고된 지 5일 만인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 10분간 준비해 온 성명을 읽었다. 그는 어떤 연루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자신은 도박을 한 적이 없고, 미즈하라가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한 것이며, 미즈하라의 도박도 20일 한국에서 첫 경기 후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오타니가 견고하게 쌓아 올린 평판이 오타니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그랬을 리 없다는 믿음이다. 주변 코칭 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사실 오타니라는 존재는 이미 너무 크다. 무결한 오타니에게는 작은 흠결도 치명적이다. 오타니가 리스크가 되는 건 구단, MLB, 야구팬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오타니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 궁금하다. 부상을 당했다면 더 열심히 재활하면 되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의 만다라트에 ‘지인 관리’도 추가될지 모르겠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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