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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위한 레시피로 국 다시 끓여줘”…유명식당, ‘노키즈존’ 선언한 사연

입력 : 2024-03-26 21:30:00 수정 : 2024-03-26 17: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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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식당, 아이 동반 손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노키즈존 선언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제주의 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식당은 우럭튀김 맛집으로 알려진 곳으로, 2021년 5월 3일부터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공지를 통해 '식당을 부득이하게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이유'를 알렸다. A씨가 밝힌 노키즈존 운영 사유는 총 6가지다.

 

A씨는 먼저 "대표메뉴인 우럭정식은 생양파 양념이라 간혹 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매운 음식이라는 빨간 양념 비주얼에 부모님들이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 '빨갛게 보이지 않도록 간장으로만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튀긴 생선 요리라 간혹 굵은 가시가 씹힐 경우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의 튀김 정도를 강요하시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컴플레인 부단은 저희 몫"이라고 말했다.

 

또 식사와 함께 제공되는 국에 대해서도 "아이들을 위해 간을 덜 세게, 덜 짜게, 덜 맵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며 "심지어 '본인 아이를 위한 레시피로 국을 다시 끓여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매일 바뀌는 8가지 반찬 중에 아이에게 먹일만한 반찬이 없으면 메뉴에도 없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조미김 등을 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요청에 아이 반찬 여러 가지를 구비했으나 가게 운영상 무제한으로 제공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동반한 부모님들의 편한 식사를 위해 다른 손님들의 의견 존중 없이 키즈 채널의 고정 방영을 요구하고, 뜨거운 음식이 오고 가는 와중에 아이들을 방치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이외에도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방침에 저희도 너무 힘이 든다"며 "손자·손녀를 두고 있고 아이를 좋아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부득이하게 방침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유명 식당이 아이를 동반한 손님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뉴시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노키즈존' 등 육아 문화를 부정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요소들의 영향이 크다며 아동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포럼 최근호에 실린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향후 과제'(김아름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노키즈존 매장은 500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제주, 서울, 부산 순으로 관광지이거나 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됐고, 업종별로는 카페와 식당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노키즈존'을 접할 수 있는 셈이다.

 

노키즈존 등 육아 과정의 차별적 경험과 인식이 출산에 대한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아동 출입 금지(노키즈) 대신 특정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해 양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어들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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