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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영상’ 피해자 “가족·지인들은 나 알아봐…법정서 내 모습 재생까지”

입력 : 2024-03-19 13:10:00 수정 : 2024-03-19 11: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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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피해자 특정 어려워”…‘유포 혐의’ 형수에 징역 3년
검찰 “성관계 영상 광범위 유포…선고 형량 가벼워” 항소
피해자 측 “법원 스크린서 영상 재생돼…모든 인연 끊어”
축구선수 황의조. 뉴스1

 

검찰이 축구선수 황의조(31·알라니아스포르)의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형수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영상이 유포돼 피해를 입은 여성 측은 법원이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백수진 부장검사)는 전날 양형 부당을 이유로 황씨 형수 이모씨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앞서 지난 14일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실제로 광범위하게 유포돼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은 점, 피해자들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고 형량이 가볍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황씨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황씨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12월8일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재판 초반 해킹 가능성을 주장하며 혐의를 줄곧 부인하다가 지난달 20일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자필 반성문을 재판부에 냈다. 반성문에는 “형 부부의 헌신을 인정하지 않은 시동생(황의조)을 혼내주고, 다시 우리에게 의지하도록 만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측은 또 선고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에는 2000만원을 기습적으로 형사 공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 A씨 측은 “합의할 생각도,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도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피해 회복 차원에서 법원에 돈을 대신 맡겨 놓는 제도다.

 

이후 지난 14일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영상이 SNS로 광범위하게 유포돼 죄질이 좋지 않으며 상당 기간 범행을 부인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조사를 방해했다”면서도 “뒤늦게라도 범행을 자백했고, 게시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여성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판결에 A씨는 법원이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A씨는 특히 판결문 내용 중 ‘영상과 사진만으로 황의조를 제외한 피해자 신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걸 고려했다’는 대목에서 좌절했다고 밝혔다.

 

A씨는 KBS에 보낸 편지를 통해 “판결문에는 진짜 피해자인 제가 없었다”며 “판결문으로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의 불법 영상 유포는 사회적으로 용인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얼굴을 잘라서 올리는 불법 촬영물은 무죄이거나 감형 요소가 된다는 건가. 얼굴이 잘렸다고 영상 속 여자가 피해자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제 벗은 몸이 국내외 사이트에, 단톡방에 수억개가 복제돼 돌아다닌다”며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고, 유포가 확산되면 될수록 저의 불안감, 공포심은 더욱 커진다”고 토로했다.

 

A씨는 법원 판결과 달리 자신의 지인들은 영상 속 인물이 자신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 저를 특정할 수 없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변호인, 가족과 저의 지인 모두 저를 특정할 수 있다. 제 신상을 아는 사람은 족히 세어 봐도 50여명이 넘는다”며 “저의 주변 관계가 모두 무너졌다. 모든 인연을 끊고 숨어서 지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동영상이 법정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됐다”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비공개로 재판이 전환됐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영상이 시청됐다. 제 벗은 몸의 영상을 개방적인 공간에서 왜 ‘함께’ 시청되고 공유돼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황씨 측의 2차 가해 등으로 피해자가 주변인들과 단절되고 신원 노출에 대한 압박과 고립 등의 피해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비공개 전환 당시 법정에 있었던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당일 전화 와서 자신의 영상이 에로영화라도 되는 것이냐며 한 시간을 울었다”며 “범죄를 단죄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게 되는 상황과 피해자가 갖는 성적모욕감이 유포 범죄가 갖는 본질”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번 판결과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장혜영 부장검사)는 황씨에 대해서도 불법촬영 및 2차 가해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8일 황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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