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FDA 품목허가 이어 현지로…‘전문약국’ 채널 적극 공략
GC녹십자 오창공장 “향후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 거듭나겠다”

혈액학 분야 기술력 축적으로 사업을 선도해온 GC녹십자가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Alyglo)’를 올해 하반기부터 현지 시장에 선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에 이어 국내에서 생산된 ‘혈액제제’의 세계 최대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생산하는 의약품이며, 채혈한 혈액을 그대로 사용하는 전혈제제와 혈액의 성분을 정제한 혈액성분제제 두 가지가 있다. 면역글로불린제제는 혈액제제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알리글로는 혈액에 포함된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해 만든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일차 면역결핍증 등 200여가지 이상 증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면역글로불린은 감염과 질병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을 말한다. IgG(면역글로불린 G), IgM(〃 M), IgA(〃 A), IgD(〃 D), IgE(〃 E) 총 다섯 가지로 나뉜다. 바이러스나 기타 외부 침입자의 세포 진입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인 ‘바이러스 중화(Virus neutralization)’ 방식으로 작용한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GC 녹십자는 올해 5000만달러 매출을 신호탄으로 매년 5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 진출 5년이 되는 2028년에는 약 3억달러 매출 기록을 목표로 세웠다. 이 같은 로드맵에 ▲고마진 가격 정책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총 3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통상 기존 시장 신규 진입 시 타사와의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가격 낮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제조사고시가격 고가 책정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측은 본다.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 도입으로 제품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혈전색전증’ 발생 주원인인 혈액응고인자 등 불순물 제거에 강력한 역할을 한다. GC녹십자는 가장 높은 수준의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스템을 갖추고 알리글로를 생산한다. GMP는 의약품 등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으로 의약품의 안전성이나 유효성면을 보장하는 기본조건이다.

제품 생산은 혈장 침전으로 다양한 단백질의 분리·정제, 최종 원액의 무균병 주입, 제품 포장 과정을 거친다. 지난 27일 충북 청주의 GC녹십자 오창공장 브리핑에서 한 관계자는 “혈장은 영하 20도 상태로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들여온다”며 “바틀(bottle) 하나의 용량은 1리터로 가격은 27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제제의 글로벌 진출 확대가 앞으로 오창공장이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오창공장에는 연간 130만리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혈장처리 설비가 갖춰졌다.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현지 유통 채널 절반을 점유하는 ‘전문약국’을 통해 공급된다. 전문약국은 미국에서 중소형 처방약 급여 관리회사 등과 연계해 의약품 판매와 환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채널이다. 많은 영업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성분명 처방(Unbranded Script)’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GC녹십자는 고가 특수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 채널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혈액제제 상업화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생산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여서 전세계적으로 생산자가 제한적이다. 반세기 혈액제제 사업 노하우를 쌓아온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을 필두로 북미와 중남미, 중국 시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30여개국에 진출해있다.

오창공장 관계자는 “혈액제제, 유전자재조합제제, CMO(위탁생산) 사업으로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cGMP 공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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