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약속하고 5억 3000만 원을 빌려준 남자친구가 사실은 남장여자였다는 일명 ‘제2의 전청조’ 사건이 방송되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남자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낸 한 여성의 사건이 소개됐다.
피해자 임주희 씨(가명)는 2022년 여름 평소처럼 인터넷 음악 방송을 하던 중 음악 취향부터 감성까지 모든 것이 잘 맞는 운명의 상대 이영태 씨(48·가명)를 알게됐다.
이 씨는 부동산 경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본인의 재산이 약 70억 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다녀올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10여 년 전 이혼의 아픔을 겪었던 임 씨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이 씨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그렇게 둘은 빠르게 가까워져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 임 씨는 이 씨에게 장미 꽃다발을 건네며 청혼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씨는 자신에게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하거나 세무서 직원 접대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가 나서 합의금으로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돈을 빌려주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심지어 이 씨는 임 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았다. 이 씨는 사업 자금, 자동차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임 씨에게 약 5억 3000만 원을 빌렸다.
임 씨의 형편이 어려워져 그에게 빌린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 씨는 연락처를 바꾸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결국 임 씨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작년 9월에 이 씨를 고소하였다.
이후 경찰 측에서는 이 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임 씨는 몹시 놀랐다. 경찰서에 가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혹시라도 이 씨의 알몸을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사실 임 씨는 만났던 사람은 바로 이영미 씨(53·가명)이다. 영미 씨는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목소리도 남자처럼 굵었다. 영미 씨는 본인의 남동생인 척하며 임 씨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임 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100% 남자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임 씨는 “그런데 그 많은 돈이 모두 이영태 씨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아무래도 그 사람도 이 사건에 연루된 것 같아요. 동생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라고 말했다.
영미 씨의 친언니는 제작진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어우, 징그러워”라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남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그렇게 행동했다. 내 딸에게서 4000만 원을 가져갔다”라고 토로했다.
조사 결과, 영미 씨는 결혼을 빙자해 억대 돈을 갈취한 ‘남장 여자’로 이미 두 차례 징역형을 받은 인물이었다.
특히 영미 씨는 뇌병변 장애인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20년 가까이 같은 수법을 이어가고 있었다.
친언니는 “걔가 남자 행세를 한 건 아니고 어려서부터 남자였다. 거기만 그렇지. 사춘기 때도 그런 게 있었다. 몸은 여자일지 몰라도 정신세계는 남자였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영미 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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