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땐 점유율 높은 거래소 입김도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에 들어가도 가상자산에 대한 상장과 감시, 처분 등은 여전히 거래소의 자율규제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도 국내 5개 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각 거래소의 규제를 조율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율규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가상자산의 유통·공시 등을 둘러싼 제도 개선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가상자산의 거래 지원 종료에 대한 거래소 공통 기준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초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각 거래소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거래소마다 가상자산의 상장폐지는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빗썸은 지난달 10일 갤럭시아(GXA) 코인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갤럭시아의 운영 대행사 갤럭시아메타버스의 지갑에서 지난해 11월 갤럭시아 코인 3억8000만개가 무단 출금돼 유통량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빗썸과 달리 고팍스에서는 갤럭시아 코인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같은 닥사 소속 거래소지만 판단은 제각각인 셈이다.
크레딧(CTC) 코인 사례도 유사하다. 빗썸은 지난해 12월 “발행량 관련 정보의 허위 기재 등 공시 위반 이슈가 있다”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업비트는 발행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도 닥사가 2022년 말 유통량 허위 공시를 이유로 거래소 공동 상장폐지를 결정했지만, 현재 업비트를 뺀 4개 원화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만에 일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뒤집힌 것은 거래소마다 징계 기준이 다른 탓이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거래소 조치에 따라 널뛰는 코인 가격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업계는 닥사에 5대 거래소가 모여 있지만, 징계 결정 때는 높은 점유율을 가진 거래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닥사 관계자는 “각 거래소의 회비가 비례한다고 보지 않지만, 연회비는 동일하고 (특별회비는)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닥사의 조치에 강제성이 없는 점도 이 같은 문제를 불러온 것으로 지적된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국제정보보호대학원)는 “닥사는 법정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감시 기능을 준다고 해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또 닥사는 거래소 규제만 담당하기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는 사업자 범위를 넓힌 자율규제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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