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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생계 위한 ‘압류금지 채권’ 입증, 채무자 몫”

입력 : 2024-02-25 22:00:00 수정 : 2024-02-25 23: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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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150만원 압류 은행 상대 소송
원고 손 들어준 1·2심 판단 뒤집어
“법리오해로 필요한 심리 다 안해”

예금을 압류당한 채무자가 생계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이라며 ‘압류금지 채권’이라고 주장할 경우 그 입증 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8일 A씨가 B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18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2012년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추심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B은행 계좌에 남아 있던 150여만원이 압류됐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이 예금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며 B은행을 상대로 압류금지 금액에 해당하는 150만원의 예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2019년 시행령 개정 전까지 민사집행법은 채무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월 150만원 이하의 예금(각 금융기관에 예치된 채무자 명의의 예금을 합산한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현재는 월 185만원으로 기준이 상향됐다.

 

은행 측은 소송에서 “압류 금지 금액은 채무자의 전 금융계좌를 통틀어 인정해야 하는데, 압류명령을 받은 여러 금융기관 중 하나로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예금액만으로 그것이 압류 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맞섰다.

 

1·2심은 “원고의 청구를 거절하려면 오히려 피고 측이 압류금지 금액 범위까지 압류명령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원고가 금전을 따로 보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압류금지 채권 해당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소송에서 지급을 구하는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예금주인 채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압류된 각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B은행 계좌에 남은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소액사건의 상고 요건인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심리한 이유에 대해 “같은 법령의 해석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내놓는데도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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