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적 제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허물을 문제 삼아 올가미를 씌우거나 재갈을 물려 제거한다. 여의치 않으면 일부러 덫을 놓은 뒤 군중심리까지 동원해 빠져나오기 힘들도록 만든다. 늘 비열하고 잔인하다. 욕을 먹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정도에서 끝이 난다면 좋으련만 목숨을 내놔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봉건·전제주의 국가 권력자들이 권력을 유지해 온 전형이다. 이들은 단순 처형에서부터 독살·추락사·총살 등 정적 제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가운데 독살은 부검을 하지 않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아 자주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독살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2017년 2월 김정일의 장남이자 현재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다. 부검 결과, 그의 각막과 피부에서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하는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 인체에 흡수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10여분 만에 목숨을 앗아간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은 더 치명적이다. 2018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테러 사건 때 처음 사용됐다. 빠르게 근육 조직, 장기에 흡수돼 마비를 일으키고 그 결과 30초에서 2분 이내에 사망에 이르게 한다. VX보다 2~8배 이상 강한 독성을 지니며, 보관 및 운반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가히 인류 사상 최악의 화학무기라 할 수 있다. 이 노비촉은 202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렸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공격에도 쓰였다.
당시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나발니가 끝끝내 푸틴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 16일 옥중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이 ‘돌연사 증후군’이라며 사망 원인을 둘러댔지만 서방에선 이번에도 푸틴을 배후로 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럴 것이 러시아에선 푸틴 집권 이후 정적들의 비명횡사가 잇따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에만 50명이 넘는 반체제 인사들이 희생됐다. 이런 추악한 범죄가 푸틴 집권기간 내내 계속될 듯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