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한 것이 표현의 자유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의 범법행위입니까.”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축사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학기술계 연구개발(R&D) 예산 복구를 촉구하다 강제 퇴장당한 신민기(27) 녹색정의당 대변인(카이스트 졸업생)은 19일 이같이 되물었다.
신 대변인은 이날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한 것은 저나 카이스트 학생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정부의 부자감세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을 위한 외침이었다”며 “어떠한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과잉진압한 것을 사과하고, 경호책임자를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학위 수여식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의 부자 감세와 R&D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피켓을 제작했다”며 “그러나 당일 윤 대통령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했고 계획대로 정부의 예산삭감을 비판하는 소리를 지르다 경호원에게 제압당했다”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천 피켓을 꺼내들고 외쳤을 때 경호원이 저의 피켓을 곧장 뺏었고 말 한마디를 못 끝내고 입이 막혔다”며 “제 안경은 날아가고 마스크 줄도 끊어졌다. 그 상황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내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소리를 높인 게 법으로 처벌돼야 할 정도의 심각한 업무방해였는지, 표현의 자유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 대변인은 졸업생 신분으로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이 축사하는 도중 부자 감세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피켓을 들고 항의하려다 대통령실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입을 틀어막히고 팔과 다리가 들린 채 끌려 나갔다. 신 대변인은 졸업식 장소 인근에 있는 별실에서 경호원들로부터 경찰에 조사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30분간 감금돼있었다고도 했다. 이후 그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학위 수여식 사태 이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사건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신 대변인은 2022년 대선 직후 정의당에 입당, 지난해말부터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해 왔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신 대변인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르면 2주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도한 대응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등은 “지금은 2024년”이라며 “엄숙한 학위수여식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불과 찰나의 사이에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을 틀어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에도 “이번 사건의 경위 및 학교 차원의 대응에 대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한 뒤 “학생들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고 짓밟힌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발언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이날 낸 성명에서 “경호법을 보더라도 카이스트 졸업생이 의사를 밝힌 행위와 김선재 후보의 선거 운동을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직권 남용에 불과할 뿐”이라며 “윤 대통령은 졸업식에 참석한 카이스트 재학생 및 졸업생, 그리고 시민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입을 틀어막고 충성 경호를 펼친 책임자를 징계하고, 차후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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