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항의성 발언을 하다 강제 퇴장 당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19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면서 “이번 사건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이날 대전 서구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위 수여식 당일 저는 어떠한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경찰 조사의 부당함에 대응하고 강제적인 수단마저도 서슴지 않는 윤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 측은 약 2주 뒤 경찰 조사가 예정돼 있다면서, 자신에게 씌워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한 행동이 어떤 것·누구에 대한 업무 방해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도저히 표현의 자유로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법 행위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2022년 대선 직후 정의당에 입당, 지난해 말부터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해 축사 중인 윤 대통령을 향해 “생색 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시라”라고 목소리 높여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입을 틀어막힌 채 졸업식 장 밖으로 끌려나간 뒤, 경찰에 인계됐다.
그는 당초 학위 수여식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의 부자 감세와 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피켓을 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일 윤 대통령이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걸 알게 됐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쳤을 때 경호원이 피켓을 빼앗고 입을 막았다. 그 과정서 안경이 날아가고 마스크 줄이 끊어졌다”고 상황을 성명했다.
이어 “저는 어떤 위해를 할 생각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말로 제지하는게 아니라 어떤 대화과정도 없이 입을 막고 끌어냈다”고 대통령 경호원들을 비판했다. 이후 그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약 30분가량 별실에 감금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건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대학에 다닐 때 들었던 생각 중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하나 있는데 소위 사과탄(최루탄의 일종) 가방을 멘 백골단,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사과탄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경호원을 백골단에 비유하고 윤석열 정부를 과거 독재정권에 비유하는 등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다”면서 “지난 1월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소란 피우다가 경호원에게 격리됐을 때와 똑같은 적반하장식 행태”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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