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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강인 갈등 ‘학폭’ 비유한 조희연…‘논리 비약’ 비판에 “다양한 의견 감사”

입력 : 2024-02-19 17:03:10 수정 : 2024-02-19 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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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SNS에서 “공동체 상처를 회복해 화해로 나아간 모범 사례 되길”
교육감 글에 ‘감동했다’ 반응 일부…‘조직 갈등’과 세대간 소통 문제 강조 반응 대다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4 유·초·중·특수 신규 임용 교(원)장 직무연수’에서 ‘공동체형 학교로 나아가는 서울교육’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요 자원인 손흥민·이강인의 갈등을 ‘학교폭력’에 빗대고 주장 손흥민의 아량을 주문했다가 논리의 비약이라는 거센 비판을 누리꾼들에게 맞고 있다. 초·중·고생과 대표팀 선수에게는 신체·정신적 차이가 있고 세대 갈등 해석 여지가 있는 사안을 학폭과 동일하게 놓고 볼 수 있냐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언급이 사건을 더 심각하게 몰고 간다는 누리꾼들 반응도 눈에 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결승 진출 실패에 ‘나를 질책해주기를 바란다’던 손흥민 발언을 놓고 “누구나 승리를 염원하지만 모든 이가 승리할 수는 없다”며 “승리와 패배 너머를 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평가했던 조 교육감은 열흘 후인 18일 추가로 글을 올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들이 뒤늦게 알려졌다”며 “제가 우리 축구팀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글을 올렸다는 자책감이 든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교육과 연결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며 패배를 대하는 선수들에게서 미래로의 도약 계기를 봤다던 조 교육감은 이날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감히 축구대표단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학교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축구대표단에서 벌어진 갈등과 우리 학교의 현실이 그대로 겹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갈등을 대하는 태도와 해법 측면에서 잠시 생각해볼 기회는 된다고 본다”고 글 쓰게 된 이유를 부각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요 자원 손흥민·이강인 갈등에 관한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누리꾼들의 비판에 남긴 댓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조 교육감의 글은 학폭을 둘러싼 학교 안팎 갈등 언급으로 이어졌다. 그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있다”며,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절대 때렸다고 인정하지 말고 가해를 숨겨라’거나 ‘방어를 위해 피해학생에게 예전에 가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지 기억을 해보라’ 등 얘기를 하는 사례가 있다고 꺼내들었다. 화해로 갈등을 푸는 쪽이 아니라 도리어 갈등을 증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버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유지도 어려워 구성원이 스스로 갈등 풀고 화해하는 법을 익히기 어렵게 된다면서다.

 

학폭까지 언급한 조 교육감 글의 요점은 대표팀 ‘맏형’ 격인 손흥민이 먼저 갈등 푸는 모범을 사회와 교육계에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데 있었다. 요르단과의 경기 전날 있었던 갈등에도 불구하고 4강전에서 함께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넓게 보듬고 화해해 아름다운 매듭을 손흥민이 지어달라는 주문이다. 먼저 손 내미는 손흥민을 바란다는 뉘앙스로 해석된 글에서 조 교육감은 “공동체의 상처를 회복해 화해로 나아간 모범 사례로, 손흥민과 한국축구대표단을 서울교육공동체에 소개할 날을 기다린다”는 장밋빛 기대까지 내비쳤다.

 

조 교육감 글에 누리꾼들 반응은 엇갈린다. ‘감동했다’는 이도 보이지만, 축구와 교육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대다수다.

 

한 누리꾼은 “손흥민은 아이가 아니다”라며 “어떤 면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경험하지 못한 폭넓은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가르침이 필요한 청소년과 달리 그간 다양한 국가와 무대를 누벼온 선수들의 조직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른 누리꾼도 “학폭과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조직 갈등 문제이자 세대 간 소통문제로 볼 수 있다고 거들었다.

 

특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대며 학폭을 끌어온 조 교육감의 생각을 받아치듯 한 누리꾼은 “이 글의 논리라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용기 있게 사과하라는 말인데, 피해자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의도는 알겠지만 비유의 적절성을 문제 삼은 대목이다. 아직 구체적인 경위나 이강인 측의 자세한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하극상’으로 굳어져간 사건의 해결 열쇠를 손흥민이 먼저 꺼내야 한다는 조 교육감 글에 동의가 어렵다는 비판이기도 했다.

 

선수단 내분이 축구팬들에게 안긴 상처와 대표팀 지도자이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내빼기식’ 대응에 누구도 치유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성을 갖고 차분히 두 사람을 지켜보자’는 여론도 생긴다. 대표팀의 소중한 구성원인 특정 선수를 비이성적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단체 생활 갈등을 해결할 지혜가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있을 테니 누구도 ‘훈수’를 두지 말고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지켜보자는 등의 댓글도 눈에 띈다.

 

조 교육감은 자신을 향한 누리꾼들의 비판에 “다양한 의견들 감사하다”는 짤막한 댓글을 남겼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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