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늘고 자연 번식해 개체 급증
관악산·북한산 등지… 200마리 넘어
최근 서울대 도서관서 학생 공격도
“눈 마주치지 말고, 돌발 행동 자제”
최근 관악산과 북한산 등 서울시내 주요 산지와 주변 산책로, 심지어 주택가에서까지 들개(야생화한 유기견)가 출몰하면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다음달 말까지 들개 집중 포획에 나설 방침이다. 봄 행락철과 산행 등으로 시민들 야외활동이 많아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들개를 포획해 시민들 안전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관악산(청룡산·삼성산 포함)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백련산 등 시내 산지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들개는 200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들개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게 특징인데, 다른 종의 동물을 해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고 주택가 등에 출몰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시에 접수된 들개 관련 민원은 적게는 197건(2019년), 많게는 749건(2021년)에 달한다. 얼마 전엔 서울대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성견 크기의 들개 두 마리가 한 학생에게 달려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는 반려동물이 늘면서 자연히 버려지거나 유기되는 개가 늘었고, 이런 개들이 산에서 자연 번식을 해 들개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 손을 탄 1세대 들개와는 달리 처음부터 산에서 태어난 2세대 들개는 야생동물과 다름 없어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들개가 위협을 느끼고 공격할 수 있으니 함부로 먹이를 주거나 다가가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갑자기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행위도 자제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만약 들개가 이빨을 드러내거나 으르렁거리면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들개 집중 포획에 나설 계획이다. 집중포획 기간 들개 포획용 표시와 연락처가 기재된 포획틀 120여개를 설치하고, 마취제 발사도 병행한다. 올해는 특히 마취 포획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는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수의사, 마취 포획 전문가로 구성된 포획팀과 2인1조 수색팀을 운영한다.
시와 자치구들은 그동안 들개 상시 포획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들개의 서식·활동범위가 넓고 야생화한 성견의 경우 포획틀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어 포획 성공률은 낮은 편이었다. 시 당국의 들개 개체수 조절과 서식지 확산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다.
시는 시민들에게 이번 집중 포획 기간 포획틀에 접근을 최대한 자제하고, 포획된 들개를 발견할 경우 곧바로 기재된 연락처로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포획된 들개는 유기동물로 간주해 해당 자치구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조치한다. 유기동물 공고가 종료된 후에는 동물보호단체 등과 협력해 사회화 훈련을 벌인 뒤 입양자를 찾는 수순을 밟는다.
이수연 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이번 집중 포획 기간) 원활한 들개 포획을 위해선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포획 효과가 높은 계절에 집중 포획을 실시,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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