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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가정 파탄내는 악성사기… 대응시스템 구축할 입법 시급”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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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6 19:42:44 수정 : 2024-02-06 19: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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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피싱·주식 리딩방 등 진화… 처벌 가벼워
‘사기방지법’ 역점 추진… 선제 대응 나서야

정치인 피습 부른 온라인혐오 범죄 확산
최신 사이버 수사기법 동원… 예방 총력
총선 대비 36개 기동부대 치안 투입도

이태원 참사 계기 경찰 사명 다시 새겨
치안 강화·범죄예방 중심 조직개편 단행
현장 경찰들 자긍심 고취 환경 힘쓸 것

윤희근 경찰청장은 올해 경찰청 역점 정책으로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꼽았다. 바이러스처럼 변이되는 조직적 신종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피해 발생 이전의 방지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진 살인 예고글 등 ‘이상동기’ 범죄 관련 게시물에는 공권력 투입에 대한 민사적 책임까지 엄중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총선이 있는 해에 연초부터 여야 정치인이 한 달 사이 연달아 기습을 당하면서 선거 관련 치안, 정치인 신변보호 전담팀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사기방지기본법’ 제정과 이상동기 범죄 대응책 등 올해 경찰청 역점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윤 청장은 취임 첫해에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그 다음 해엔 전 국민을 떨게 만든 흉기난동 사태를 겪었다. 치안 강국으로 인식되던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급격한 변화에 국민적 불안이 치솟으면서 14만 경찰의 수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난해 하반기 치안 강화와 범죄예방 중심의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이유다. 오는 2월 중순 설 명절 전후로 전 계급 경찰 인사가 마무리되면 변화된 조직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 청장을 만나 남은 6개월 임기 동안의 구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윤 청장과 일문일답.

―새해 벽두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이 이어져 충격을 줬다.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 때문에 보기 시작한 것이 온라인에서의 혐오인데 이것이 새로운 사회문제이자 범죄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사건사고가 아니고, 경찰력만으로 예방·해결이 가능하지도 않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할 수 있는 경찰의 역할은 사이버상 특정인 대상의 범죄를 예고하거나 협박글을 올리는 경우 최신 사이버 수사기법을 활용하고,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로 범인을 빠르게 추적해 검거하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게시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력해 즉시 삭제나 차단하고 있다. 경찰력이 상당수 동원되는 만큼 게시자에게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물을 방침이다.”

―총선 관련 경찰의 활동 계획은 강화되는가.

“전국 공통으로 36개 기동대 부대를 선거 관련 치안·경비, 신변보호 전담부대로 지정했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규모를 최대 2배까지도 늘릴 생각이다. 전국 259개 경찰서별로 치안수요에 따라 2∼3개의 서 자체 신변보호팀을 운영한다. 양당 대표에는 전담팀이 붙는데 예년보다 두 달 이상 빨리 가동을 시작했다. 각 정당에도 유세장에서 돌발 행동을 할 만한 사람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주요 인사 신변보호 TF’를 공동 운영하는 안을 제안해 답을 기다리고 있다.<관련기사 11면> 올해 각 시도청에 신설되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역시 탄력적으로 활용해 가시적인 순찰 및 유세 현장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

―2024년 첫 민생 법안으로 경찰에서 추진 중인 ‘사기방지기본법’은 어떤 것인가.

“현대 사회에서 살인만큼이나 치명적인 범죄가 악성 사기다. 개인과 가정이 완전히 파탄난다. 그런데 피해 정도에 비해 법적 처벌과 사회적 인식이 굉장히 낮고 법원에서도 관대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수십억원을 사기 쳐도 비싼 변호사 사서 교묘하게 빠져나오면 형량은 말할 것도 없고 구속이 안 되기도 한다. 예전과 달리 교묘하게 진화한 지금의 사기 범죄는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예방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기범죄를 사전에 막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트렌드를 예측하는 종합적인 관리 기구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관련법이 있어야겠다는 취지로 사기방지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통합신고센터’에서 관련 부처 합동으로 콜센터를 운영했는데.

“상담 전화가 오면 신속하게 전화번호 차단 등을 통해 피해를 막으며 효과가 컸다. 정식 운영을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6만8346건의 신고·제보를 받았고, 피해 국민에게 담당 경찰관이 일 평균 42건 수준으로 상담 및 지원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역할을 투자리딩방 등 새로운 사기 범죄에까지 적용하는 ‘통합신고대응원’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기구를 만들어서 어느 부처에서 관리할 것인지 등을 담은 게 사기방지기본법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 멈춰 있는데 이번 21대 국회 안에 마지막 민생 법안으로 통과됐으면 한다.”

―주취자 문제에 경찰이 얼마나 관여할지도 계속된 관심사다.

“112 신고가 1년에 2000만건가량인데 그중 주취자가 100만∼110만건 정도다. 처리에 드는 시간, 집중해야 하는 상황 등 따져보면 굉장한 인력이 매년 투입된다. 지난해 추운 겨울에 경찰이 주취자를 집에 데려다주고도 사망한 사건이 서울에서만 연달아 발생했는데, 최근 법원이 이 경찰관에게 벌금형을 물렸다. 청장으로서 안타까울 뿐 아니라 그런 판결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경찰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소방, 의료기관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과거 한때 운영했던 경찰서 내 주취자보호실, 이동형 버스로 보호하는 영국 사례 등을 검토할 만하다. 가장 중요한 건 주취자 처리에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용을 반드시 당사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마약 문제도 커지고 있는데.

“해외 출장을 다녀보면 마약 문제는 현재 세계 공통의 고민이다. 단속과 수사를 아무리 해도 재범률 50%가 넘는 대표적인 범죄가 마약이다. 근본적 예방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마약 95%는 해외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밀반입 차단을 위한 관세청 등 기관 역할과 해외 공조도 중요하다. 마약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요 국가인 동남아권, 중국, 미국 이런 곳과 기존에 공조하는 것이 검찰이나 관세청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경찰이 상당 부분 수사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강남 마약음료 사건’ 때 그런 식으로 중국에서 빠르게 범인 송환을 할 수 있었다. 해외 총수들과 회담할 때도 마약이 주요 테마가 된 이유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찰청 차원의 출산장려 대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연초 회의 때 화두로 던진 것인데 구체적인 안은 논의 중이다. 경찰은 14만이 모인 거대 조직이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데다 인력의 30%가 20∼30대다. 출산 대책을 획기적으로 내놓으면 어떤 부처나 지자체보다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현재 TF를 만들어 다자녀 관련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 젊은 부부가 눈치 안 보고 육아휴가, 유연근무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물론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근무지를 배정한다든가 세 자녀 이상일 경우 승진 우대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 85개인 직장 어린이집은 올해 안에 100개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1년 6개월가량의 임기를 돌아보면 소회가 어떤가.

“역대 어느 청장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 출범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물론 이태원 참사다.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 사태도 크게 와닿았다. 경찰의 책임과 사명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와중에도 취임과 함께 계획했던 치안 운영 방안, 구성원들에게 약속한 것 90%는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악성 사기를 포함한 마약, 건설현장 불법행위 등에서 성과로 보여드린 것이 있다. 집회 시위 현장을 포함해 법질서가 필요한 곳에서 확립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찰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복수직급제를 통해 처우를 끌어올리자는 20여년의 숙원사업도 이뤘다. 올해에는 ‘현장이 살아야 경찰이 살고, 그 경찰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줄 것’이라는 마음으로 지구대·파출소를 포함한 교통·여성청소년 등 현장 경찰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본인들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도록 상응하는 인센티브와 승진, 수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부여할 생각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68년 충북 청주 출생 ●경찰대 7기 학사(1991) ●중국 사회과학원 법학석사(2007) ●충북 제천경찰서장(2012) ●서울 수서경찰서장(2015)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정보2과장(2016) ●충북지방경찰청 제1부장(2020)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2020)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2021) ●경찰청 경비국장(2021) ●경찰청 차장(2022) ●경찰청장(2022년 8월~)


대담=이우승 사회부장, 정리=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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