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2%대로 하락하며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됐다. 전기료가 동결되고, 석유류가 하락한 데다 개인서비스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사과가 전년 동월 대비 56.8% 상승하는 등 신선과실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작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2.4%에서 8월 3.4%로 크게 오른 뒤 9월 3.7%, 10월 3.8%, 11월 3.3%, 12월 3.2% 등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다 6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물가 하락을 견인한 건 석유류였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5.0%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 떨어뜨렸다. 또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른 소주 유통가격 인하 등의 영향으로 가공식품의 상승폭도 3.2%로 나타나 지난해 12월(4.2%) 대비 둔화됐고, 개인서비스 물가도 지난해 12월보다 0.4%포인트 낮은 3.5%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기료 동결과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폭 둔화 등이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상승폭이 전월보다 0.3%포인트 오른 8.0%를 기록하며 강세가 지속됐다. 특히 사과(56.8%), 귤(39.8%), 파(60.8%), 토마토(51.9%) 등 농산물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 15.4% 상승하며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지난해 12월(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랐다. 이 중 신선과실은 28.5% 상승해 2011년 3월(3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미숙 심의관은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과 사과·배 등 과일의 높은 수요가 맞물리면서 과실 물가가 수개월째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기후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경제협력개발기구 방식)는 2.5%로 지난해 12월 대비 0.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3.9%), 유럽연합(4.0%) 등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1월 중순부터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겨울철 이상기후 등으로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불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성수품 공급확대, 할인 지원 정책 등을 밀착 관리해 16개 설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면서 “가격이 높은 사과‧배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 투입하는 한편,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 8000t 확대 등을 통해 향후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