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배경에도 화면 속 온기 담으려 노력
VFX 도움 줄이고 카메라와 조명으로 승부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영화”
춤과 노래, 화려한 색채와 신비로운 이야기. 그 중심엔 젊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스크린 뒤엔 할리우드에 진출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있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웡카’는 기진 것은 꿈과 낡은 모자뿐인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팀 버튼 감독이 2005년 재 영화화 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앞 얘기(프리퀄)로 폴 킹 감독의 세계관이 투영된, 원작엔 없는 새로운 이야기다. 양쪽 다 기묘하고 신비로운 세계관을 공유하는데, ‘웡카’쪽이 더 밝고 따뜻하다.
이야기의 전개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배우인 샬라메의 연기와 정 촬영감독이 이를 어떻게 화면에 녹여냈을지다. 정 촬영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부당거래’, ‘신세계’, ‘아가씨’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깊이 있고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한국 출신 촬영감독 중 처음으로 미국촬영감독협회(ASC) 정식 회원이 됐다.
정 촬영감독은 지난 23일 줌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어둠과 밝음이 다 있는 영화이고, 자신은 양쪽 모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촬영엔 이런 경험을 그대로 녹였다. 일례로 웡카가 인생을 저당 잡힌 호텔 장면에 대해선 “우울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따뜻하게 보이길 원했다”면서 “조명도 따뜻하게 설정을 많이 했는데, 따뜻하게만 보이는 컬러를 너무 쓰다 보면 영화가 또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에지라던가 약간의 어두운 부분에 차가운 컬러를 넣는 식으로 조정했다”고 촬영기를 풀어놨다. 그는 부드러운 필터를 쓰지 않는 대신 ‘스모그 머신’(연기를 내는 장치)을 써 부드러움과 깊이감을 더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초콜릿 가게를 열기 전, 검은 화면에 가게 앞에 선 샬라메의 얼굴 윤곽을 잡은 장면을 특히 인상 깊은 촬영으로 꼽았다. 그는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 카메라 안에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주길 원했다”면서 “그래서 조명을 조금씩 돌려가면서 측면샷을 만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늘을 나는 장면 등을 설명하면서는 “단순히 블루스크린 앞에 놓고 찍는 VFX(특수영상)보다는 옛날 방식의 와이어를 써서 많이 찍었다”고 설명했다.
녹색 머리의 난쟁이 요정인 '움파룸파'(휴 그랜트)는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신스틸러인데, 웡카와 만나는 장면은 각 배우를 찍은 후 하나의 화면으로 합쳐 완성됐다.
정 촬영감독은 “샬라메의 경우 조그만 모델로 만든 움직이지 않는 움파룸파를 보면서 대사를 했고, 카메라 바로 옆에서 그랜트가 대사를 맞춰줬다”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이처럼 웡카엔 어떻게 촬영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장면이 이어진다.
주연인 샬라메에 대해선 “리허설을 할 때 보면 티모시가 부르는 건가, 녹음한 걸 트는 건가 할 정도로 노래를 굉장히 잘했다. 노래나 춤에 대한 NG보다는 감정 표현의 이유로 다시 찍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재다능한 배우로 평가했다. 또 “핫 한 배우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성실하게 작품에 임했고, 대스타보다는 그냥 잘 아는 동생처럼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배우란 느낌, 이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킹 감독에 대해선 “굉장히 연기에 대한 조예가 깊고, 배우의 좋은 감정을 끌어내는 재능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끝으로 정 촬영감독은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볼 수 있는 어둡지 않은 따뜻한 영화”라며 “가족들, 특히 아이들과 가셔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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