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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하락 속도 예상보다 더뎌… “이제 중물가 시대로” [심층기획-한풀 꺾인 글로벌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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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30 06:00:00 수정 : 2024-01-30 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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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물가 급등 현상 일단 진정

美·유럽 물가 연말까지 2% 근접 예상
물가정상화 기대 속 둔화속도는 느려
美 금리인하 시점 하반기로 연기 전망
한은도 즉각적인 인하 여부 ‘불투명’

‘저물가 시대’ 회귀는 힘들 듯

탈세계화 가속·평균 임금 상승 등
글로벌 경제 구조적인 변화 직면
후티 홍해 공격 등 지정학 리스크도
“오랜기간 3%대 맴돌 가능성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했던 전 세계적 물가 급등(인플레이션) 현상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지나며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 하여 과거와 같은 ‘저물가로의 귀환’을 점치기엔 이르다. 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아서다. 따라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물가로의 귀환’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동안 ‘저물가’의 근원이 됐던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분절화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도 살아 있는 이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023년 12월 13일(현지시간) 금리 동결 발표 이후 워싱턴 연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연합뉴스

◆인플레, 잡히기 시작했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보도에서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 11월까지 3개월 동안 연 2.2%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 말까지 이들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WSJ의 표현처럼 지난해 계속 고점을 기록했던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 서서히 잡히는 듯한 흐름을 보인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관심은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연준에 쏠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며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실상 정설인 이유다.

문제는, 물가 둔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는 점에 있다. 미국 노동부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11월(3.1%)보다 오른 것은 물론이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2%보다도 높다. 이르면 연준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 전망이 하반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15일부터 19일까지 전문가 4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6.4%의 응답자가 “연준이 곧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현명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답했다.

 

연준 내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파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도 현재 3.5%인 기준금리에 대해 “추가 인상 필요성은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며 인하로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높여 놓았지만 즉각적인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국내 물가는 둔화 추세를 이어 가겠지만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한 바 있다.

물가 안정이 확실하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동안 소비자물가가 2%대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 3%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그 주변을 맴돌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인건비를 올려 달라는 압력이 상존해 있다. 이것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전 ‘초저물가’ 귀환 어렵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도 ‘고물가’를 맴돌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충돌 여파로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 공격에 나서면서 세계 물류가 타격을 입고 있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의 동맥’인 수에즈 운하를 가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세계 10대 컨테이너 선사 중 머스크, MSC, 하팍로이드, CMA CGM, ZIM, ONE 6개사가 후티의 위협 탓에 홍해 항로에서 완전 또는 대부분 철수했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후티의 공격 탓에 세계 무역량이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유 가격 상승과 같은 2차 파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과거 2010년의 ‘저물가’ 시대로의 귀환이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펴낸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변화의 물가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와 전쟁을 거치는 동안 글로벌 경제는 탈세계화 가속과 함께 고령 노동인구 증가, 기후비용 급증, AI 확산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며 “탈세계화, 평균임금 상승, 환경 기준 충족 등에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가 AI발 비용 절감 효과를 상회하면서 물가에 구조적인 상방 압력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거시적 환경 변화 요인들로 ‘중물가·중금리’가 새로운 규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중물가→중금리의 동학이 뉴노멀이 될 경우에는 향후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오더라도 중립금리 상승으로 채권 금리의 하락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시경제 펀더멘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통화·재정정책의 조합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세계화 후퇴와 물가 기조 전환 가능성’이라는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과 미국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1990년대를 중심으로 한 초세계화 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팬데믹 이전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세계화의 후퇴는 저물가 기조의 종료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는데 ‘코로나’ 이전과 같은 초저물가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미국이 ‘저물가’를 수출했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 ‘저물가’를 수출하기 어렵다. 세계화라는 단어도 ‘슬로벌라이제이션(슬로우+세계화)’으로 바뀌면서 물가를 높일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이도형·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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