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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더 나은 정치를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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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8 23:14:49 수정 : 2024-01-08 23: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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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피습 사건으로 드러난
극단적인 증오·혐오 정치 폐해
“다양성 모르는 정치 나라 망쳐”
표심으로 양당 과점 정치 깨야

진영과 상관없이 정치인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지도자는 많지 않다. 지난 6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는 여야 정치 원로와 전현직 지도부가 모처럼 함께했다. 축사자 대부분은 DJ의 통합 정신을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극단적인 증오·혐오 정치 폐해를 목도한 터라 울림이 작지 않았다. DJ 정치 유산으로 일컬어지는 통합, 민주주의에는 그 특유의 ‘국민 반보론’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편 가르기에 함몰되지 않고 통합을 추구하려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면 “국민보다 반보 앞서야” 한다.

DJ는 평소에도 “국민만 믿고 가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국민을 믿되 정치인은 미래를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반걸음 정도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앞서가면 국민과 손잡을 수도, 소통할 수도 없으니 반걸음쯤 거리를 두는 게 적당하다는 뜻이다. 그는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혁명가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과 떨어져 너무 앞질러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과 나란히 가면 발전이 없다”고 했다.

황정미 편집인

정치인 누구나 국민을 얘기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면서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고 했다. “작년 한 해 우리 국민에게 국가는 없었다”는 이 대표 신년사의 ‘국민’과 윤 대통령이 말한 ‘국민’은 같은가. “동료 시민과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동료 시민’은 대통령의 ‘국민’과 동의어인가.

정당은 특정 성향 당원을 두긴 하지만 대중 정당을 지향하는 만큼 지지층보다 넓은 의미의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야는 국민 반쪽만 대변한다. 아니 그보다 더 협소한, 극성 지지층에 휘둘린다. 국민보다 반보 앞서기는커녕 국민을 이쪽, 저쪽으로 갈라 절반 이상의 국민을 소외시킨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은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없애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강퍅한 정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여당은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운동권 특권 정치에 있다고 한다. 야당은 칼춤을 추는 검찰 정치가 원흉이라고 한다. 두 거대 정당은 이런 식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진영의 성벽을 쌓아 왔다. 피습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막말 정치인을 퇴출시키겠다는데 이런 적대적 공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일회용 대책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을 바꾸고도 정치가 더 나빠졌다면 제도의 문제이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처럼 양대 기득권 정당 체제가 굳어진 미국에서도 정치 양극화로 인한 증오·혐오 정치가 기승이다. 언론인 에즈라 클라인은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이 촉발한 인종적 갈등·분노를 ‘트럼프 현상’의 핵심으로 짚으면서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정치의) 면역 체계가 깨졌다고 썼다. 한때 우리 정치인들 사이에 독일 정치 연구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갈등 정치의 해법을 여러 정당 간 정책 합의에 기반한 연합정치(聯政)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과대 대표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가 한국병(病)의 근원이다. 이걸 깨려면 투표한 민심이 100% 가깝게 실제 의석수로 이어져야 한다. 양당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한 준연동제 비례대표제가 오는 4월 총선에서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두 당의 과점 정치가 흔들린다. 민주당은 아직도 여론 눈치를 보며 결론을 못 내고 있다. DJ는 “다양성을 모르는 자가 정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총선은 4년마다 국민의 자정 능력을 보여 줬다. 선거는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온통 이 대표 피습, 김건희 여사 특검 얘기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총선 이후에도 비슷한 레퍼토리가 무한 반복될 것이다. 선거 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민심이 투표로 두 당에 경종을 울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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