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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죽음 이후 대두한 경찰 책임론…"실적주의 개선 필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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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8 15:50:00 수정 : 2023-12-28 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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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48)씨 사망에 대한 경찰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이씨는 전날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 공터에 주차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거듭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그의 죽음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뉴스1

◆비공개 요청에도, 소환마다 ‘포토라인’

 

이씨는 지난 10월 경찰의 첫 소환 조사에서부터 지난 23일 3차 소환 조사에서까지 매번 이른바 ‘포토라인’ 앞에 섰다. 이씨 변호인은 3차 소환 조사 일정이 잡히자 경찰에 비공개 소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 수사 과정의 촬영 등 금지 조항을 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 이씨를 매 소환 조사 때마다 포토라인 앞에 세운 것은 경찰 수사 공보 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은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하는데 이 사건을 처음부터 공개수사처럼 터뜨려 버렸다”며 “대중이 확신하도록 만들어 이씨의 죄 유무는 더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예 살인’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배우 고(故) 이선균이 지난 23일 3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도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람에 대해 경찰에 출석할 때마다 보도된 것은 과도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사적 영역에 대한 보도가 더 문제라고 봤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는 재판 결과가 나오면 어느 정도 명예가 회복될 수 있지만 일부 언론 보도와 유튜브에서 개인적인 모든 것이 드러나는 일은 배우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이씨의 위약금 문제를 야기했고 어쩌면 이것이 죽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범죄 보도방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범죄보도는 사회에서 어떤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고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에 대해 공권력은 어떻게 행사되고 있고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핀다는 점에서 공적 관심사에 부합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영방송이 ‘단독’까지 달고 보도한 이씨와 A씨의 통화 내용은 사적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더 많이 까발리냐’식 보도를 경쟁하는 언론 행태는 정당한 범죄보도에 대한 인식까지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이 28일 인천경찰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고(故) 이선균 사건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진술·정황 증거 의존한 수사

 

이씨는 숨지기 하루 전까지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씨는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를 비롯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4일 2차 소환 조사에서는 “유흥업소 실장이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흥업소 실장에게 협박당해 3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 측은 관련인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3차 소환 조사를 마치고 이틀 만인 지난 26일 오후에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밖에 없는 상황이니 본인과 그를 함께 조사해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 있는지 보자는 것이다.

 

진술과 정황뿐인 상황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받기 위해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경찰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염 교수는 “수사의 출발은 유흥업소 실장의 제보 딱 하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수사할 순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해선 안 됐다”며 “3차례 소환 조사를 받으며 기자들 앞에 서고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이씨는 본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걸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를 전개했지만 혐의점을 못 찾았다면 빨리 인정하고 명예 회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지 (19시간 동안 조사하는 등) 더 강압적으로 나와선 안 됐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무리한 수사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약 수사는 어쩔 수 없이 정황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에겐 이것이 관행이고 정상이기 때문에 과했느냐 아니냐는 수사 과정이 어떠했는지 조금 더 밝혀져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배우 고(故) 이선균이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서울의 한 공원 인근에서 구급차가 현장수습을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본 배경엔 경찰 조직 실적주의…진급 제도 개선 필요

 

사건을 담당한 인천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3번의 소환 조사를 거쳤고, 그때마다 변호인들이 동행했다”며 “최근 19시간에 걸친 조사 당시에도 이씨로부터 심야 조사 동의를 받았다. 강압수사를 진행한 적이 없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사를 이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적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진급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 교수는 “경찰은 당연히 강력 범죄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들을 수사하고 싶어 한다”며 “그런 사건을 잘 해결하면 진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실적 위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될 수 있고 수사에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염 교수는 “업무로 주목받기 어려운 경비 경찰은 수사 경찰보다 진급할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합리적으로 진급이라든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씨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씨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는 배우자 전혜진이며 발인은 29일 자정으로 예정됐다.

 

이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며 “장례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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