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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인블랙' 로젠버그 역으로 각인된 누스바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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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5 20:15:38 수정 : 2023-12-25 2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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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열리며 그 안에 있던 작은 외계인 드러나
'맨인블랙'의 결정적 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돼
1923년생… 100세 생일 앞두고 노환으로 별세

할리우드 영화 ‘맨인블랙’(1997)에서 점잖게 생긴 할아버지 ‘로젠버그’의 머리가 갑자기 열리며 그 안에 있던 난쟁이처럼 작은 외계 생명체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70대 중반 나이에 로젠버그 역을 맡아 열연한 미국 배우 마이크 누스바움이 최근 99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전해졌다. 1923년 12월29일 태어난 고인은 100번째 생일을 불과 6일 앞두고 팬들 곁을 떠났다.

 

25일 AP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누스바움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고향이자 평생 배우로 활동해 온 무대인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고인의 딸은 AP에 “100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숨을 거두셨다”며 “아버지지는 자식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또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갖도록 키워준 좋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미국에서 “최고령 현역 배우”로 불린 마이크 누스바움(1923∼2023). 12월29일 100세 생일을 6일 앞두고 99세 나이에 노환으로 별세했다. AP연합뉴스

고인은 유대인의 후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훗날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한 통신부대 부대원으로 복무했다.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미군을 필두로 한 연합군에 공식 항복했을 때 통신병으로서 이 사실을 각급 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은 일찌감치 연극 무대에 섰으나 전업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다. 종전 후 40대 나이가 된 1960년대 중반까지도 해충 방제업체에서 일하며 시간이 나면 무대에 오르곤 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연기로만 먹고사는 전업 배우가 되었다.

 

고인은 고향인 시카고의 연극 무대에서만 50년 넘게 활동했다. 90세를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연기를 계속했던 고인을 미국배우협회는 “최고령 현역 배우”로 공식 인증했다. 94세이던 2017년 연극 ‘상대성 이론’에 출연해 세기의 물리학자이자 1921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운이 좋다”며 “내가 무대에 설 수 있는 한 나는 연기를 할 것”이라는 말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당시 그의 나이 96세였다.

 

고인은 배우로서 경력의 거의 대부분을 연극 무대에서 보냈으나 가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를 주제로 한 할리우드 영화 ‘꿈의 구장’(1989)에 출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극중 조연인 학교 교장을 연기한 고인도 대중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영화팬들 사이에선 ‘맨인블랙’의 로젠버그 역으로 각인돼 있다. 점잖은 신사 로젠버그의 머리가 갑자기 열리며 그 안에 외계인이 타고 있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며 ‘맨인블랙’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리 잡았다.

 

1949년 결혼한 고인은 2003년 아내와 사별할 때까지 50년 넘게 해로하며 1남2녀를 낳았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고 2024년 1월 공개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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