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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산’ 위스키는 소비자 기망? 하이볼 열풍, 업계선 볼멘소리

입력 : 2023-12-18 08:49:40 수정 : 2023-12-18 08: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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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위스키, 무연산으로 판매…업계 일각선 “연산 제품 오인” 주장
“최상 원액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무연산은 소비자 기망” 지적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하이볼을 비롯한 낮은 도수 술 열풍 등에 힘입어 위스키 원액의 숙성 기간을 표시하지 않은 ‘무연산’(無年産) 위스키가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업계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산을 표기하는 정통 위스키 제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연산을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연산으로 판매되는 일부 저도 위스키가 연산 제품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커 소비자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위스키 수입량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수입액은 그리 증가하지 않았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1~10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6937t으로 작년 동기보다 26.8% 늘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은 2억2146만달러로 1.5%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많이 들어온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실제 12년산, 17년산 등이 아닌 무연산 위스키가 최근 많이 수입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위스키는 원액을 숙성한 시간에 따라 연산을 매긴다. 제조 과정에서 숙성연도가 다른 여러 원액을 섞으면 가장 연산이 낮은 원액을 기준으로 표기한다. 오크통 속의 위스키 원액이 1년마다 평균 2%씩 자연 증발하기 때문에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이와 달리 무연산 위스키는 최소 3년 이상 숙성한 원액이면 따로 표기 없이 수십가지 원액을 자유롭게 섞어 만들 수 있다. 종주 지역인 스코틀랜드법에 따라 3년 이상 숙성한 원액만 위스키로 인정된다.

 

보통 무연산 위스키는 숙성 기간이 짧아 원가가 저렴한 원액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는데, 판매가는 연산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최근 공급 부족 여파로 위스키 원액 가격이 오른 데다 저도주의 부드러운 맛이 인기를 얻으면서 무연산 위스키는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자 업계 일각에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액 가격이 저렴한 무연산 제품에다 고급화 마케팅 전략을 입혀 소비자들이 무연산 저도주를 마시면서 연산 제품이라고 오인할 수도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골든블루 제공

실제 시장에선 무연산이 기존 위스키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스카치위스키인 윈저 17년과 임페리얼 17년은 최근 도매장 출고 가격이 4만40원선인데, 무연산 위스키를 대표하는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4만28원으로 알려졌다.

 

17년산 도수가 40도에 달하는 윈저와 임페리얼도 저도주 유행에 맞춰 최근 새 위스키를 출시했다. 17년 원액을 99% 이상 사용한 프리미엄 스피릿인 ‘W17’과 임페리얼 ‘블랙 17’이 주인공으로, 국내 주세법 분류상 기타 주류이지만 소비자들은 위스키로 인지하고 있다. 실제 위스키 제품에만 적용하는 무선식별시스템(RFID) 태그도 부착돼 있다. 이 두 제품의 도매장 출고 가격은 3만7202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연산이 17년산 숙성 원액을 사용한 제품들보다 더 비싼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골든블루는 무연산 제품에 힘입어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 2012년까지 적자로 허덕였으나 무연산인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출시 후 수익성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연산 표기를 하지 않으면서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주류업계 다른 관계자는 “연산 표기가 없기 때문에 몇년 숙성한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는지 소비자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제조업체가 최상의 원액을 사용한다고 주장할 뿐 정확한 연산을 밝히지 않는 건 사실상 소비자 기망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선 무연산이 기존 위스키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면 동일한 품질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품질 정보를 잘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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